[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정확히 4년 전인 지난 2010년 3월18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카카오는 이동통신사가 장악하고 있던 문자메시지 시장을 ‘파괴’했다.
기존 시장의 파괴는 혁신으로 이어졌고, 카카오는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게임·모바일광고·음악·패션·사진·금융(예정)·뉴스(예정) 등을 아우르는 국내 모바일 플랫폼 시장의 지배자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 플랫폼 사업자인 이동통신사가 서비스 사업자인 카카오를 견제하지 말고 상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트워크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이통사가 벤처기업인 카카오와 ‘상생’해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국내 문자메시지 시장은 '카카오톡'이 등장한 2010년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카카오는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창조적 파괴자로서 모바일 생태계 발전을 위한 '책임감'이 요구되는 이유다.(자료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카카오톡이 출시된 지 정확히 4년이 지난 현재, 카카오는 기존 이통사들에게 ‘상생하라'고 쏟아내던 비판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 대표들은 카카오 제휴서비스의 명칭인 ‘for kakao’를 달기 위해 수십 번씩 카카오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설립한 벤처투자사의 관계사들만 플랫폼 입점을 우대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앱스토어·포털·SNS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거나 콘텐츠 제공업자를 차별하는 경쟁제한행위를 하는 것을 집중 감시한다고 밝히면서 '카카오 플랫폼'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격해지고 있다.
심지어 미래창조과학부는 카카오와 제휴사들간의 수수료 논쟁이 심해지자 가이드라인 작성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결정되지 않고 독점사업자의 '경제권력'이 가격을 정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로서는 잘 나가는 벤처업체의 ‘립서비스’가 아니라, 책임감을 가지고 공평한 플랫폼을 만들어 진정한 ‘상생’을 추구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의 발언들..답은 그 안에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네이버가 항구에 정박된 배가 됐다"며, 국내 시장에서 갇힌 생태계를 만든 네이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회사를 떠났다.
이후 김 의장은 현재 카카오의 모태가 된 '아이위랩'에 투자해 '카카오톡'을 선보였고, 이후로도 벤처업계와 상생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혀왔다.
김 의장은 지난 2011년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젊은 친구들이 활개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며 “(카카오톡은) 음악, 책, 동영상 등 콘텐츠 하나로 전 세계에 순식간에 퍼질 수 있는 ‘해리포터’를 만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 설립초기 김 의장이 ‘100명의 벤처 CEO’의 멘토를 자처했던 것을 넘어서, 한국 벤처기업가들이 창의적으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개방된'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얘기였다.
이같은 김 의장의 생각은 ‘카카오게임’으로 캐시카우를 확보한 지난 2012년 말 더욱 더 확실해진다. 당시 카카오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함께 만드는 모바일', 상생의 경제를 강조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가 모바일 빅뱅시대에 새로운 도전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방향성을 가지고 전진하겠다"며 “3년 내에 수익을 내는 100만 파트너를 마련해 상생의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모바일 메신저기반 플랫폼으로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기때문일까. 현재의 모습은 당초 약속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하려고 하는 스타트업·중소기업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카카오와 김 의장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 제휴 안내(사진=카카오 홈페이지)
◇플랫폼으로서 ‘공평성’·‘개방성’ 확보 시급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플랫폼 사업자로서 공평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대부분 동의했다.
단기 수익성 확보에만 치중해 특정 관계사들과의 제휴에만 몰두하면 결국 다수의 파트너가 플랫폼을 떠나게되고, 플랫폼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접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황병선 PAG&파트너스 대표는 "카카오에게 도덕적인 잣대로 ‘공정성’까지 요구할 수는 없지만, 플랫폼 생태계 전체가 성장하려면 플랫폼 제공사가 다른 회사들과 균형 있는 발전이 되도록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카카오 자체 서비스와 외부 서비스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만들어, 공평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조용호 비전아레나 대표는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하나의 통합된 조직으로는 결국 관계된 회사의 서비스를 우대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서비스를 총괄하는 부서와 외부 협력 부서를 완전히 분리해, 서로의 이해관계가 부딪치지 않고 경쟁하는 관계를 만들어 전체 플랫폼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콘솔게임 플랫폼 회사들은 사실상 자체 서비스인 ‘퍼스트파티’ 게임도 출시하지만 공평성 시비가 적다. 퍼스트파티가 플랫폼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개발해 파트너사(서드파티)에게 기술을 전파하고, 새로운 게임 트랜드를 만들어 시장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수익을 내는 100만 파트너'를 표방하고 있다. 많은 파트너들은 카카오의 꿈이 공상(空想)에 그치지 않기를 절박하게 기대하고 있다(사진=카카오 홈페이지)
더불어 카카오가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개발사가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최근 카카오가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 프로그램 형식)를 공개했지만, 정착 친구목록을 이용할 수 없어 ‘카카오게임’과 같은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임과 같은 제휴 서비스들이 카카오톡 친구목록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배운철 소셜미디어전략연구소 대표는 “플랫폼에서 제휴 서비스를 우대하는 정책은 한국식 사고방식이 낳은 (플랫폼)사업자 중심의 시각이다”며 “더 많은 서드파티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플랫폼 가치 높여 상생 추구할 것”
카카오는 이 같은 다양한 비판에 대해 함께 만드는 모바일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더욱 높여 가겠다고 답했다.
카카오는 “파트너사들의 성장이 곧 카카오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며, 카카오는 많은 파트너사들과의 상생을 위해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또 가치 있는 정보와 지식을 실시간으로 교환하는 소셜 기반 플랫폼으로서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라이프를 민첩하게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1억3000만 이상 사용자의 방대한 카카오 트래픽을 바탕으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바일게임 1조 시대’를 열었고, 음악, 콘텐츠, 광고, 유통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통해 혁신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또 ‘간편 로그인’, ‘사용자 관리’,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프로필 연동’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카카오 API’는 플랫폼 개방성의 핵심 요소로 키워갈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카카오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시켜 커뮤니케이션 요구를 해소하고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며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내는 100만 파트너와 함께 상생을 목표로 건강한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고자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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