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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카카오 獨走시대?)②내 플랫폼이니까, 내 사업만?
돈 되는 핵심서비스 '카카오 패밀리' 독차지
2014-03-12 11:03:14 2014-03-12 13:47:18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지난 2012년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수익을 내는 100만명의 파트너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가치, 다 같이 함께 만드는 모바일 세상'을 강조하며, '상생'을 화두로 던졌다.
 
이후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영향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말하는 ‘상생’이 과연 무엇인지는 여전히 물음표에 휩싸여 있다.
 
◇카카오 플랫폼, 핵심 서비스는 '패밀리 몰아주기'
 
김범수 의장이 100만명의 수익을 내는 파트너를 만들겠다고 밝힌 이후 카카오는 ‘카카오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으로 제휴사업자를 모집하고 나섰다.
 
카카오에 따르면 제휴를 원하는 사업자들이 제휴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카카오는 1주일 내로 사업 진행여부를 판단해 신청자들에게 통보한다. 카카오 플랫폼과의 조화 등 전체적인 사업성을 따져 제안자와 공동사업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다양한 파트너들과 상생으로 플랫폼을 키워간다는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수익성이 기대되는 핵심 신사업을 '카카오 패밀리'에 몰아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카오 플랫폼에서 디지털 콘텐츠 유통, 음악, 패션 등 월 10억원 이상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핵심서비스들은 카카오가 자체적으로 내놓았거나, 김범수 의장이 설립한 벤처투자사인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카카오 플랫폼 설명. 카카오와 관계사들이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사진=카카오)
 
카카오 플랫폼 내 다양한 서비스들은 ‘자체서비스’와 ‘제휴서비스’로 구분된다. 우선 자체서비스 중 네트워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카카오스토리(SNS), 카카오그룹(폐쇄형 SNS), 카카오플레이스(맛집서비스) 등은 카카오가 직접 개발한 것이다.
 
또 콘텐츠 서비스 분야인 카카오페이지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포도트리’가 개발한 회사며, 카카오스타일을 만든 ‘위시링크’도 김범수 의장이 설립한 벤처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회사다.
 
음악은 복잡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원사업자인 '네오위즈인터넷'과 공동서비스를 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들 서비스 중 자체서비스를 카카오톡 상단 더보기에 고정적으로 노출하고 있으며, 카카오앱 메뉴에서도 ‘카카오가 만든 앱’으로 메뉴 최상단에 노출시키는 '락인효과'를 얻고 있다. 
 
모바일 환경은 PC보다 화면 크기가 작아, 우선 노출될수록 트래픽 집중효과가 더 크다.
 
◇카카오가 우선노출해 '락인효과'를 얻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 대부분이 자체적으로 개발했거나 케이큐브벤처스 투자사들을 통해 개발한 서비스들이다.(사진=카카오톡 캡처)
 
현재 28개 제휴서비스 중 가장 최근에 들어온 ‘증권 Plus’도 케이큐브벤처스가 투자한 두나무소프트의 서비스다.
 
벤처업계에서는 카카오에 제휴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케이큐브의 투자를 받거나, 카카오 측과 공식 제휴 루트 외에 별도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지 않고는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한 소셜데이팅 업체 대표는 “지난해 카카오에 제휴 신청을 했지만 ‘우리가 투자한 회사가 비슷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어 제휴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투자사나 관계사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것이 카카오가 말하는 상생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조용호 비전아레나 대표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다양한 써드파티들이 들어와 플랫폼 자체를 성장시켜서 얻을 수 있는 수익과 카카오 관련사들에게만 서비스를 허용해 얻는 수익 사이에서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된다”면서도 “현재는 카카오와 관련 있는 회사들에게 편중돼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카카오가 제휴페이지에 ‘제안자의 영업 기밀에 대한 보안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 점도 논란을 낳고 있다.
 
채택되지 않은 아이디어·사업계획과 비슷한 서비스를 진행하게 될 때를 대비해 법적 분쟁을 피해가려고 만들어놓은 장치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휴를 신청하는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점을 카카오에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핵심 아이디어와 독창적 기술 등을 공개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특허청은 공모전 주최자들에게 ▲응모된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의 제안자 귀속 ▲아이디어 도용 및 유출 방지를 위한 비밀유지 ▲아이디어 제안자에게 조정·중재·소송 등 다양한 분쟁해결수단 선택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상생'을 목표로 제휴사업을 진행하는 카카오가 일반 공모전보다 못한 아이디어 보호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 "모든 제휴사에 동등한 기회 부여 노력"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카카오는 중소게임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모든 제휴사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제휴사업 담당자는 "만약 카카오와 관련 있는 기업이 제휴 신청을 하게 되면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더 꼼꼼하게 사업을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홈페이지를 통한 제휴 신청 이후 본격적인 제휴 단계에 들어가면 사안에 따라 비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한다고 카카오 측은 설명했다.
 
또 최근 오픈된 카카오 디벨로퍼스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통해 외부 개발자들도 카카오 아이디를 통한 간편 로그인, 사용자 관리, 프로필 연동 등의 기능을 자체 개발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게 서비스를 개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모바일 콘텐츠 상생 발전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5년간 100억원을 투자해 ‘카카오 상생센터(가칭)‘ 설립해 중소업체들과 다양한 상생정책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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