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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게임학 박사 ”모바일 게임업계, 사람을 연구해야”
2013-07-27 13:00:00 2013-07-27 13:00:00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우리나라 업체들은 다른 ‘게임’을 연구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정작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분석에는 인색한 것 같습니다.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게임업계가 사람에 대해 연구하는 또 한번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26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 우리나라 1호 게임학 박사인 윤형섭 가천대 교수를 만났다.
 
캠퍼스는 방학 탓인지 조용했지만 윤 교수의 연구실이 있는 ‘새롬관’에는 아침부터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엘리베이터에서 학생 3명과 만난 윤 교수는 “다음 주 발표에는 게임업계의 유명한 분들이 많이 오시니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며 제자들을 챙겼다.
 
현재 가천대 IT대학 인터랙티브미디어학과 게임프로젝트트랙에서는 45여 곳의 게임업체들과 활발한 산업협력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윤 교수는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와 게임 업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윤 교수는 지난 1995년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입사하면서 인터넷·게임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게임산업지원센터 설립멤버, 위자드소프트 전략사업부장,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문위원 등을 거쳤다. 2009년에는 ‘MMORPG의 재미 평가 모델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난해 12월 출판된 ‘한국 게임의 역사’의 공동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 20년간 업계·정부·학계를 두루 거치며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발전을 지켜본 한국 게임산업의 산증인인 윤 교수에게 모바일 게임산업의 급격한 성장, 한국 게임산업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윤형섭 가천대 교수(사진=최준호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모바일 게임이 최근의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너도 나도 모바일 게임에 뛰어들어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모바일 게임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는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가벼운 ‘캐주얼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성공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도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현재 한국 모바일 게임 업체들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모바일 사업에 뛰어든 한국게임업체들은 ‘게임’과 ‘트렌드’를 분석하는 데는 뛰어나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유행하는 게임과 유사하거나, 과거에 유행했던 게임들을 스마트폰용으로 빠르게 공급하며 성공을 이뤄냈다.
 
하지만 ‘앵그리버드’처럼 스마트기기의 특성을 극대화 시키고, 케릭터 상품이나 애니메이션 등에 활용가능한 원 소스 멀티 콘텐츠(One Source Multi Contents)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모바일게임은 그저 가볍고 빨리 만들어내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지속적으로 성공을 이어가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모바일게임 시장에 접근해야 할까
 
▲영국 ‘킹’사의 캔디크러시사가는 간단한 퍼즐게임으로 보이지만, 개발의 뒷면에는 이용자들에게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하는 복잡한 수학적 계산이 들어가 있고, 징가도 과거에 ‘팜빌’이 성공하기 이전에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연구했다.
 
이미 세계의 유수의 모바일 게임업체들은 사람이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용할 때 습관·사용시간·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한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 한국 게임개발사들도 이런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이 같은 시각으로 게임을 만드는 디자이너(기획자)가 필요하다. 미국의 카네기멜론대학의 ETC(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 석사과정에서는 학생들은 공학박사의 수업과 연극 드라마 시나리오 전문가 등의 수업을 함께 들으며 ‘통섭형’ 인재로 성장한다.
 
이같은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결국 EA·블리자드·징가와 같은 대형회사의 게임 디자이너로 뽑혀, 인간의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 세계 트랜드를 이끌어가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사람에 대한 연구를 하고,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기획자는 구하기 힘들어 보인다.
 
▲공과대학에서 다양한 사회·인문 교양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반대로 인문학이나 사회학 전공 학생들은 최신 테크놀로지에 대한 교육을 받고, ‘게임 엔진’이 게임 개발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고 기획자를 꿈꿔야 한다. 최근에는 게임업체들도 필요성에 따라 이런 인재들을 많이 구하고 있다.
 
-앞으로 게임 시장은 어떻게 될까
 
▲최근 모바일 게임은 기존의 아케이드 게임이나 PC게임이 지난 30년간 발전시켜온 게임들을 모바일 기기의 특성에 맞춘 게임으로 변화시켜가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게임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바일 게임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 모바일 기기에서는 팀을 이뤄서 진행하는 거대한 보스 레이드, 손쉬운 커뮤니케이션 등의 요소를 100% 구현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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