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금융위원회가 추진중인 자살보험금 면책기간 연장 방안이 난항을 겪고 있다.
시민단체와 학자는 물론 금융감독원에서도 자살 면책기간과 자살률 증가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는 생명보험에 가입한 후 자살을 할 경우 보험금을 주지 않는 면책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보험사기 대책방안을 내놨다. 지난 29일에는 비공개 공청회도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금감원, 금융위, 생보협회, 금융소비자연맹, 연세대학교, 경남대학교 교수 등이 참석했고, 보험연구원이 면책기간 연장 방안과 관련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보험연구원은 면책기간 조항이 생긴 이후 자살률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자살보험금 면책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할 경우 급속도로 늘어나는 자살률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소비자연맹, 연세대학교, 경남대학교 교수 등은 자살률 증가와 자살 면책기간과의 상관관계가 모호한데다,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의 생활만큼은 보장해주는 게 생명보험의 역할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면책기간과 자살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면책기간을 늘리는 것은 유족들을 불편하게 할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자살자수는 지난 2000년 6444명에서 2006년 1만여명을 넘더니 2008년 1만2858명, 2009년 1만5413명으로 10년도 안돼 두배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자살 원인은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대형 3개 생보사의 자살보험금 지급액은 2008회계연도 770억원에서 2010회계연도 엔 1088억원으로 41%나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자살보험금으로 연간 2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지출되고 있고, 짧은 면책기간이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소연 관계자는 "모든 보험가입자를 잠재적인 보험사기 용의자로 여기는 게 말이 되냐”며 "자살과 보험사기와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살면책 기간을 연장하는 건 자살예방 효과도 없을 뿐더러 유족의 생활만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험금 지급액이 증가 한 것을 두고 모든 책임을 보험가입자에게 전가시키는 건 무책임한 자세"라며 "자살면책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은 보험사기를 빌미로 소비자에게 보험금지급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최원정 연세대학교 교수는 "자살예방을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자살 면책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과연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위 측은 각 기관들의 부정적 입장에도 자살예방을 위해 면책기간 연장 방안을 강행의지를 밝혔다.
송용민 금융서비스국 보험과 국장은 "이번 공청회는 자살면책기간 연장관련 보험사기 대책 방안에 대해 각 기관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개최한 것이지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면서 "각 기관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내놓기는 했지만 자살률 감소를 위해서라도 현재 2년인 자살 면책 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8년 상법개정안에서도 자살면책이 논의된 적 있으나, 자살이 보험사기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반대여론에 부딪쳐 통과되지 못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