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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자문사, 환매에 치이고 판매사에 치이고
2012-04-06 06:00:00 2012-04-06 06:00:00
[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자산운용업계가 지속되는 펀드 환매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몸집이 작은 중소형자문사들은 심지어 펀드의 판매까지 녹록치 않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ETF를 제외한 국내외주식형펀드에서 7조1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올해 들어 지수가 20000포인트에 안착하면서 차익실현성 펀드 활매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자산운용사의 수익성도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82개사의 자산운용회사의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자산운용사의 2011 회계연도 3개 분기(2011.4월~12월) 당기순이익은 219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9.2%가 감소했다.
 
◇은행·증권 계열 운용사에 이익 편중
 
문제는 상위 5개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삼성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그리고 하나UBS자산운용이 전체 당기순이익의 66.6%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이들 자산운용사는 은행, 증권사 등 판매회사가 계열사로 있어 상대적으로 펀드 판매에 용이하다.반면 판매사가 없는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펀드 판매는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말 기준으로 미래에셋생명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판매 비중이 61.72%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역시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전체 펀드 판매액 중에서 55.32%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이었다.
 
그 밖에 신한은행은 계열사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펀드 판매 비중이 69.59%에 달하고 삼성생명보험과 삼성증권은 삼성자산운용의 펀드 판매 비중이 각각 53.59%, 53.55%나 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계열사 펀드를 팔 때 비슷한 유형의 다른 운용사 펀드도 반드시 제시하는 지침 등을 마련한 바 있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에 대해 제재를 하기로 했을 때 사실 기대를 했었다”면서도 “하지만 그러한 제재들이 체감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각 판매사들이 자사 계열 운용사들의 펀드를 파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어차피 똑같은 비용이 나간다면 계열사의 펀드를 밀어주는 것이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판매사에 돌아가는 보수도 부담
 
펀드 판매사가 가져가는 판매보수도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에게는 부담스럽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자산운용사의 평균 운용보수는 0.442%인데 반해 판매보수는 0.614% 수준이다. 운용보수가 판매보수보다 높은 곳은 외국계나 대형 몇 개의 자산운용사 외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운용보수는 실질적으로 자산운용사가 자금을 운용한 대가로 가져가는 금액인 반면 판매보수는 펀드를 판매한 회사가 투자자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용역의 대가로 자산운용사로부터 받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재주는 펀드매니저가 넘고 돈은 증권사와 은행이 번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을 정도다.
 
또 다른 중소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자가 자발적으로 펀드에 가입하기 보다는 판매사가 권유를 해서 가입하는 것이 맞다”며 “그렇기 때문에 권한을 가지고 발생하는 비용을 자산운용사에게 전가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결국 투자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자산운용사의 능력인데 그것에 비해서는 판매사의 보수가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관계자는 “결국 이러한 상황이 자산운용업계의 인수합병(M&A)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형자산운용사가 그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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