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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금투협, 건물이전 갈등..감정싸움 비화
2012-03-16 09:04:13 2012-03-16 09:04:19
[뉴스토마토 정경진·송종호기자] 현재 금융감독원 건물에 입주해 있는 금융위원회가 금융투자협회로 이전하는 것을 놓고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는 금투협에서 파견나와 있는 직원 한 명을 협회로 돌려보냈다.
 
여기에다 금투협 정관개정 승인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는 그동안 진행했던 협회와의 업무협의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위와 금투협 사이에 이뤄지던 모든 업무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복귀시킨 금투협 직원은 파견 근무기한을 불과 10여일 앞둔 상황이었다"며 "금투협이 금융위 이전을 반대하자 괘씸죄를 적용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는 금융위원장 주최로 오는 5월 열릴 예정인 금융업계 친목 체육대회 참가회비로 받은 120만원을 금투협에 돌려줬다고 한다"면서 "참가비를 돌려주면서 금투협은 체육대회에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가 금투협 파견직원을 복귀시키고 업무협의조차 중단한 것은 협회가 금융위 이전을 반대하는 것에 대한 응징 차원이라는 해석이 많다.
 
금투협 노조가 협회 건물로의 이전을 추진하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자 금융위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금융위가 금투협 파견직원을 복귀시킨 날이 공교롭게도 금융위 건물 근처에 금융위원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박종수 금투협회장이 김 위원장한테 호출당한 날이라는 점도 이같은 해석을 가능케 한다.
 
금감원 건물에 세들어 있는 금융위는 오래 전부터 이전할 건물을 모색하던 중 금투협 건물을 선택했다. 하지만 협회측은 기존 입주사인 자본시장연구원과 애프앤가이드, KTB자산운용 등을 모두 내보내야 하는데다,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금투협 건물을 시세보다 싸게 대여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점 때문에 금융위 이전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투협 직원이 업무협의를 위해 금융위 자본시장국 관계자들을 찾아가면 '그냥 가라'는 식으로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금융위 간부들은 이참에 금투협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자본시장과에 파견됐던 금투협 직원이 복귀조치된 것은 근무기한이 끝났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사람이 조만간 그 자리로 오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새로 오는 사람이 금투협 직원이냐는 질문에는 분명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금투협은 공개적인 대응을 자제하면서 금융위와의 불편한 관계가 하루 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조직의 수장이 수모를 당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위가 애초부터 무리하게 추진했던 금투협 건물로의 이전을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기관과 민간협회 사이에 유치한 감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일로 인해 증권업계의 중요한 현안 해결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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