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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저축銀 피해자 피해다니는 금융위원장
2011-12-08 18:36:34 2011-12-08 18:38:01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위원회 주최로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자금세탁방지 국제회의'에 당초 참석키로 예정되어 있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놓고 설왕설래다.  
 
5일부터 10일까지 6일간 진행되는 이번 국제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주최자 자격으로 6일 직접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부위원장이 연설문을 읽었다.  
 
이날 김 위원장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지난달 부산에서 겪은 '악몽'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달 중소기업들의 금융 애로사항을 직접 현장에서 청취하겠다며 부산을 방문했다가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봉변'을 당한 적이 있다.
 
고령자가 대부분인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내 돈을 돌려달라''금융당국이 책임져라'는 고함을 지르며 김 위원장에게 몰려드는 바람에 그는 30여분 동안 회의장에 갇혀버렸다. 출동한 경찰의 보호하에 몰래 회의장을 빠져 나오는 수모도 겪었다.
 
김 위원장이 이 때의 아픔을 지우지 못하고 부산행을 포기했고 부위원장을 '대타'로 보냈다는 것이다. 
 
국제회의에 해외 손님들을 불러놓고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무서워 회의장 근처에도 가지 못한 우리나라 금융수장에 대해 외국의 손님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김 위원장의 불참이 혹시 그들에게 '한국은 치안이 매우 열악한 무법천지 나라'라는 생각을 갖게 하지는 않을까? 혹은 '참 겁많은 관료'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까?
 
어쨌든 김 위원장은 이번에는 저축은행 피해자들과 조우하지 않게 됐다. 피해자들을 자꾸 만나 위로하고 대책을 설명해 줄 만큼의 용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이들에게 아주 귀를 막아버린 셈이 됐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당시 당당하고 매섭게 칼을 휘두르던 김 위원장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 볼 수 없었다. 금융당국이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금융위의 이런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초대한 외국 손님을 앞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정말 불미스러운 일은 금융당국을 믿고 저축은행에 예금한 국민들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다. 세계 어떤 나라에서 이런 후진적인 금융사기가 터지는가?
 
무서워서였든 아니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였든 금융소비자들을 피해 다니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초라해보인다. 우리나라 금융업과 금융관료들의 현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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