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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망 이용료 법안, 묘수가 필요한 시점
2022-09-21 06:00:00 2022-09-21 06:00:00
최근 콘텐츠사업자(CP)와 망사업자(ISP) 간 갈등, 이른바 망 이용료 논쟁이 뜨겁다. 최근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가 인기를 끌면서 CP가 유발하는 트래픽이 많아진 데 따른 필연적 수순이다. ISP들은 망 무임승차는 더 이상 안된다며,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CP도 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한다.
 
망 이용료와 관련한 대표적인 갈등 사례가 바로 ISP인 SK브로드밴드와 CP인 넷플릭스 간 분쟁이다. 망 사용료를 두고 사업자간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2019년 SK브로드밴드가 방통위에 재정신청을 하면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졌다. 2020년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졌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일각에선 상황이 뒤집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또 한편에선 결국 최종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20일 망 이용료 부과 의무화 법안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업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라고도 불리는 망 이용료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 것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7개 관련 법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해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자 함이었다. 현재 과방위가 여야 갈등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긴 하나 일단 양측 모두 망이용료 법제화 자체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다만 일단 이날 공청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렸고, CP와 ISP 간 첨예한 입장차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망 이용료 부과를 의무화하는 것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 안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의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 "이 법을 모범 삼아 세계 각국이 망 이용계약을 외국 서비스에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된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동일하게 작용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요즘처럼 K-콘텐츠의 성장이 빠른 시기, 우리나라 CP도 해외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입장에 처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망 이용료 법안이 국내 OTT나 유명 콘텐츠 창작자가 향후 해외에 진출할 때 망 이용료 갈등에 직면하게 하는 일종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거대 트래픽이 유발되면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선 이 단순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 다음 해법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이 발생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부담해야 한다.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당연히 혜택을 보는 쪽이다. 그렇다면 CP만 혜택을 보는가? 그렇지 않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망 사업자인 ISP도 넷플릭스 같은 초대형 CP의 덕을 보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OTT 콘텐츠를 조금이라도 더 원활하게 이용하고자 사람들은 망 사업자의 고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곤 하지 않던가. 그게 바로 ISP가 얻는 이득이다. 초대형 CP들이 공급하는 대용량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이 늘면서, 데이터 전송 품질이 높은 ISP에 대한 선호도가 생기고, 그로 인해 ISP들 사이 경쟁이 발생하면서 소위 '사업자 갈아타기'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요는, CP와 ISP는 서로가 서로에게 이득을 주고 있는 관계라는 얘기다.
 
거대 트래픽 유발과 무임승차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긴 했지만, 데이터 전송 품질을 높여야 돈을 벌 수 있는 ISP와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는 CP는 본질적으로 공생하는 관계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망 사용료를 얼마로 책정해야 하는가는 부차적인 문제다. 가격을 정하는 것은 소위 '협상'의 영역이다. 업계에선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갈등을 두고 '얼마든지 사업자간 논의로 풀 수 있는 부분인데 법정으로 가면서 일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어느 한 쪽이 비용 부담을 전적으로 짊어지지만 않는다면 양자 간 협상으로 적정선에서 가격을 맞춰 거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가격은 돈이 될 수도 있고 사업적 혜택의 형태가 될 수도 있다.
 
공청회 이후 망 이용료 법안이 어떻게 결론 날지는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앞으로 사업자간 망 이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고, 만약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법안의 신중한 조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빠른 입법보다 명확한 개념을 바탕으로 한 입법이 어쩌면 더 중요할지 모르겠다. 이제 곧 6G시대가 다가온다. 원격의료나 자율주행과 같은 거대 트래픽이 수반되는 새로운 사업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너무 디테일한 제약까지 담지는 않길 바란다. 미래의 산업 발전 모습까지 상상해 거시적 안목에서 내리는 망 이용료 법안의 결론을 기대한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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