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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북, 나흘 만에 '담대한 구상' 일축…"최종 대답은 7차 핵실험"
김여정 부부장 담화 "비핵·개방 3000 복사판, '비핵화 조치 취하면' 가정부터 잘못된 전제"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원색적 비난도…대통령실·권영세 "무례하다" 유감 표명
전문가들 "한미연합훈련 직후 미사일 도발, 최종적으로는 7차 핵실험 강행"
2022-08-19 16:26:40 2022-08-21 17:28:08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서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19일 윤석열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이른바 '담대한 구상'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 이후 나흘 만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무례하다"고 반응하며 북한에 각을 세웠다. 상당기간 남북 간 강대강 대결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의 최종대답은 장마 직후 단행될 '7차 핵실험'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하고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비판과 함께 원색적 비난까지 쏟아냈다. 김 부부장은 먼저 담대한 구상에 대해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10여년 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커녕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힌 대북정책을 옮겨 베껴놓은 것도 가관이지만, 거기에 제 식대로 '담대하다'는 표현까지 붙여놓은 것을 보면 진짜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 정말 천진스럽고 아직은 어리기는 어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비꼬았다. 윤 대통령의 실명을 직함없이 거론하며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 돌입한 것을 겨냥해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 이가 다름 아닌 윤석열 그 위인"이라고 했다. 심지어 "우린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개는 엄지든 새기든 짖어대기 일쑤라더니 명색이 대통령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통령실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무례하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우리의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북한 스스로의 미래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재촉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권영세 장관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의에 "무례하고 품격없는 표현으로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 왜곡해서 비판한 데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이 거친 언사로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제안을 거부하자, 대북 전문가들은 예상됐던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제적 지원해줄 테니 핵을 포기하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특히 북한이 핵을 '국체'라고 표현을 한 것은 처음이다. 앞으로 핵 협상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국체' 표현을 주목했다. 그는 "북한이 그 전에는 북미수교나 평화협정이 잘 되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는데, 핵을 가지고 있던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으로 핵을 내려놓고 러시아에게 당하는 것을 보면서 '핵을 절대 포기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핵을 '국체'라고 격상시켜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각이 가감없이 김여정 부부장을 통해서 나왔다. 김 부부장의 입을 통해서 윤석열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명확한 입장이 나온 것"이라며 "담대한 구상에 대해 정면으로 받아치면서 부정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계기로 대남 도발 수위를 본격적으로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2일부터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기 때문에 훈련 이후 무력도발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마저 높아지게 되면 예상치 못한 충돌에 따른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미연합훈련 기간에는 미국의 전략자산 등 군사장비들이 총동원되기 때문에 훈련 기간은 피하고 직후 쯤에 북한이 많은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훈련이 끝나고 나서 그때부터 북한이 각종 미사일 시험 발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종적으로 7차 핵실험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정 센터장은 "지금까지 6차례 핵실험한 사례들을 보면 중요한 정책 기념일 전에 보통 핵실험을 했다"며 "최대 변수는 결국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걸려있는)중국공산당 20차 대회라고 할 수 있는데 당대회 직전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당대회 일정이 어떻게 잡히느냐에 따라 9월9일(정권수립기념일) 직전이 될 수도 있고, 10월10일(노동당창건기념일) 직전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은 장마가 끝나는 9월부터 10월 사이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북한이 모든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고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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