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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환경 규제를 둘러싼 몰상식
2022-08-18 06:00:00 2022-08-18 06:00:00
미국의 철학자이자, 프린스턴 대학교 철학과의 명예 교수인 해리 G. 프랭크퍼트(Harry G. Frankfurt) 교수가 써낸 ‘개소리에 대하여’라는 철학서가 있다. ‘왜 개소리를 경계해야 하는지, 개소리와 거짓말은 어떻게 다르고 더 위험한가’를 알리는 분석 철학을 담고 있다.
 
저자는 '개소리가 만연하다'라는 표현을 첫 문장으로 참과 거짓의 논리 자체를 부정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교활한 언어 행위를 ‘개소리’로 칭하고 있다.
 
거짓말은 진리라는 허울로 남을 속이기 위해 진정성을 포장한 노력으로 다가간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짜 맞춘 말은 때론 진실처럼 둔갑돼 보일 때도 있다.
 
이에 반해 개소리가 위험한 이유는 필요 담론을 자유자재로 위조하기 위해 사실 맥락을 무시하고 창의적인 말장난으로 혼탁한 몰상식을 자아낸다.
 
요즘 몰상식 풍토를 보면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의 논문검증이 그렇고, 교육부의 만 5세 취학 정책이 그랬다. 한마디로 올바른 의식보단 몰상식에 가깝다.
 
몰상식을 자행한 개소리쟁이들은 결점을 늘어놓아 상대편 기분을 해치는 것만큼 몰상식은 없다고 오히려 반문한다. 새정부 출범 100일도 안 돼 일어난 몰상식들을 나열하자면 2열종대로 줄지어 연병장 한 바퀴는 돈 것 같다.
 
새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이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올바른 의식이 필요한 곳은 또 있다. 바로 환경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당정은 환경 분야 유연성 결여와 과도한 규제로 민간 부분 활력을 제약해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기업 혁신 유도라는 포장으로 환경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추장하고 있으니 심히 우려스러울 뿐이다.
 
환경부는 정부조직법상 보전, 방지, 관장 등이 명시된 규제 기관이다. 규제 합리화·선진화라는 말장난으로 규제 개혁 명분을 펼치고 있으니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규제 합리화·선진화를 주창할 거면 규제개혁위원회나 공정당국의 경쟁제한성 규제개선 작업 때나 어울릴 법한 얘기다. 이렇다보니 '정권 꼭두각시', '산업부 2중대'라는 신랄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게 환경부의 현주소다.
 
우린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사건 후 반세기 만에 가습기 살균제의 참극을 경험했다. 산모·영유아 목숨을 앗아간 참극을 잊지 않았다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되레 외쳐야하는 것이 환경부의 책무다.
 
오늘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관으로 부상할 수 있던 이유는 온갖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탈리도마이드 판매를 끝까지 허락하지 않은 FDA 직원의 사명감 때문이다.
 
규제가 왜 필요한가를 보여주는 탈리도마이드 사건의 교훈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날 환경부의 규제 효과는 수출 전선에서 빛을 발휘하고 있다. 최악의 대외 리스크 속 수출전선의 버팀목이 환경부의 규제와 연관이 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석유 정제 기술이 세계 톱을 기록한데는 환경부의 규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14년만에 넉달 연속 적자를 맞은 무역수지 사태 속에도, 최상목 경제수석의 ‘탈중국’ 발언 이후 대중국 수출 품목이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 속에도 석유제품류의 역수출 방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쪼그라들고 있는 수출 품목에 그나마 수출액으로 버틴 뒷 배경에는 정제마진 강세로 '대박'을 외치고 있는 정유사의 노력이 아닌 환경부의 규제 덕이라는 점을 알아야한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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