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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유지태 “4조원으로 하고 싶은 일?”
“소속사 제작·기획 작품…그간 작품성 위주 소신 출연→대중성 위해 결정”
“스페인 원작 ‘교수’ 사건 전체 구성자 vs 국내 버전은 시청자 위한 ‘설명자’”
2022-06-30 01:20:01 2022-06-30 01:2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기획단계에서부터 교수는 유지태였단다. 이건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원작을 봤어도 그리고 보지 않았어도, ‘교수란 배역이 어떤 인물이고 또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해도. 그저 교수란 단 두 글자만 놓고 이 배역에 유지태가 0순위라고 한다면 누구라도 무릎을 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배우 이미지가 배역 이름과 찰떡으로 궁합을 이루는 것도 드물다 못해 사실상 유일무이할 수준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말이다. 유지태가 연기하는 교수란 배역이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전설로 꼽히는 종이의 집속 그 교수와 동일한 배역이다. 절묘하다 못해 최적의 캐스팅이란 단어로 밖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진다. 당장이라도 유지태가 연기하는 종이의 집교수를 보고 싶어질 정도다. 그의 또렷한 발음에서 나오는 지적인 이미지는 종이의 집속 천재적 전략가 교수오롯이 같음을 일궈낼 듯하다. 그리고 공개된 종이의 집속 유지태의 교수는 그런 기대감을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첫 번째로 리메이크가 된 종이의 집한국판 버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속 유지태. 그의 천재적 전략 속으로 빠져 들어볼 시간이다.
 
배우 유지태. 사진=넷플릭스
 
원작 자체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라면 한 번쯤은 봤음직한 작품이다. ‘강탈’, 즉 하이스트 장르의 모든 요소가 들어간 교과서 적인 면도 강한 작품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일 듯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작품에 대해 그 어떤 나라에서도 리메이크시도를 하지 못했던 듯싶었다. 또한 그래서 유지태도 놀랐단다. ‘종이의 집이 국내에서 리메이크된단 사실에 말이다.
 
이렇게 유명한 작품을 국내에서 리메이크 한다는 것에 사실 우려가 됐었죠. 저희 소속사에서 제작과 기획에 참여한 작품인데, 제가 교수역할에 어울릴 것 같다고 제안을 하셨어요. 그동안 제가 작품성 있는 영화들로만 골라서 소신대로 출연해 왔는데, 그러다 보니 대중성에 너무 멀어진 감도 있었죠. 소속사 분들과 깊게 회의를 해봤고, 제가 교수로서 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았어요.”
 
원작을 보지 않은 예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먼저 언급한다면 종이의 집은 원작이나 국내 리메이크 버전이나 강도단이 조폐국에 잠입해 엄청난 돈을 강탈하는 사건을 그린다. 그리고 교수는 이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것을 기획하고 조종하는 사실상 전지전능한 인물이다. 보기에 따라선 당연히 악역이지만 그렇다고 막연하게 우리가 알고 있는 악역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결의 인물이다.
 
배우 유지태. 사진=넷플릭스
 
우선 교수는 대본을 보셨고, 원작을 아는 배우들이라면 누구라도 하고 싶은 매력적인 캐릭터에요. 우선 저도 빌런을 의외로 꽤 많이 했었어요(웃음). 대표적으로 올드보이같은 경우 굉장히 무겁고 어두운 면이 강했죠. 반대로 교수는 되게 순수한 사람이에요. 그런 순수함 이면에 속을 알 수 없는 모호함도 있고. 어떤 면에선 섹시한 부분도 있어요. 범죄자에 지적인데 그걸 아무도 모른다?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에요(웃음)”
 
교수란 인물의 밑그림을 잡아낸 유지태는 이제 교수의 기본 틀을 짜는 작업을 시작한다. 우선 원작과 한국판 리메이크 속 각각의 교수란 인물의 차이점을 알아야 했다. 그 차이점을 알고 나면 국내 버전의 종이의 집교수가 가야 할 방향이 어느 정도 잡힐 듯했다. 이런 점은 대본에서 찾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 안에서 찾은 답은 설명자란 단어였다고. 유지태가 설명한 한국판 교수의 역할인 설명자는 이랬다.
 
스페인 원작에서 교수는 사건의 큰 틀을 짜는 구성자로서 봐야 할 듯 해요. 하지만 한국에선 사건 전체를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설명자로서의 역할이 더 맞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을 하는 것에 진짜 신경을 많이 썼어요. 대사가 우선 너무 많았죠. 원작의 파트1과 파트2를 합쳐 놓은 게 한국의 파트1이거든요. 그래서 많을 수 밖에 없었어요. 뭔가 설명하는 듯한 장면에서의 대사 소화력이 저 스스로 좋아졌다 느껴질 정도였으니(웃음)”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 사진=넷플릭스
 
충무로에서 대사 전달력이 좋기로 유명한 유지태이지만 그가 이렇데 대사 전달에 더 신경을 쓰기 위해 택한 것은 성우들의 발성이었다. 그는 넷플릭스에 올라온 일본 애니메이션은 거의 다 본 것 같다며 웃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설명적 대사가 많아서 이번 교수역을 준비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고. 긴 대사를 듣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는 법을 체득하는 데 집중했단다.
 
진짜 웬만한 일본 애니메이션은 전부 다 본 것 같아요(웃음). 더빙에서 성우 분들이 전달하는 방법을 정말 세밀하게 체크를 했어요. 원어로 다 보고, 원어로 듣고 그 의미를 대충 떠올린 뒤 이제 한국어 자막이 나오는 걸 따라 해 보고, 이후에는 더빙에서 성우 분들이 하는 걸 같이 따라 하고. 되게 무식한 방법일 수 있는 데 저한테는 진짜 도움이 많이 됐었어요.”
 
종이의 집이란 작품을 알고 또 그 안에 존재하는 교수란 인물을 알게 된다면 이 작품을 소화하고 이 배역을 연기한 유지태의 고충은 미뤄 짐작이 가능할 정도다. 우선 교수가 진두지휘하는 강도단은 무려 8명이다. 하지만 이들과는 거의 만나지를 않는다. 강도단은 모두 조폐국 안에 있는다. ‘교수와는 무선으로만 대화를 한다. 사건 진압을 위해 투입된 남북 합동 진압팀과도 대화를 할 때도 무선으로만 한다.
 
배우 유지태. 사진=넷플릭스
 
김윤진 선배와 베드신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이 저 혼자 독백을 하는 듯한 장면의 연속이었어요. 감독님이 거의 현장에서 대사를 주고 받는 걸 해주셔서 전 대부분의 장면을 감독님을 상대역으로 촬영했어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되게 외롭기도 했어요. 하하하. 그리고 드라마를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은 힘들 수도 있었겠는데 영화와 달리 촬영 스케줄이 빡빡하긴 했어요. 전 그래도 드라마 경험이 있어서 익숙했는데 말이죠.”
 
공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스페인 원작과 비교하면서 국내 버전에 대해 혹평을 하는 원작 마니아들의 관람평이 벌써부터 올라고 있다. 이런 혹평, 호불호는 촬영 전부터 유지태를 포함해 모든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이 예상했던 일이라고. 참고로 종이의 집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첫 번째로 리메이크를 했다. 때문에 비교 대상도 없어 원작과의 비교만 가능하다.
 
잘 되고 사실 본전이겠다 싶긴 했었죠. 너무 유명한 작품의 리메이크라면 원작과의 비교로 인해 받을 비난이 너무 강할 것이라 예상을 했어요. 근데 생각을 해보면 일종의 기시감이 오히려 우리가 만든 종이의 집강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리고 우린 가장 큰 차이가 공동경제구역이란 설정이잖아요. 원작에선 없던 가장 큰 차이점이죠. 그 차이를 중심에 두고 보시면 우리만의 종이의 집재미가 보이실 것 같아요.”
 
배우 유지태. 사진=넷플릭스
 
마지막으로 극중 교수가 훔치기로 기획한 4조원의 돈, 원작 속 10억 유로를 현재 한화로 환산하면 대략 4조원 규모가 된다. 대본을 쓴 류용재 작가가 이런 기준에서 한국 버전의 종이의 집에 등장할 돈의 규모를 정했다고 전한 바 있다. 유지태는 이 돈을 훔치는 사건의 총괄 기획자다. 그는 만약 자신의 수중에 이 같은 돈이 들어오게 된다면 어떤 상상을 해 봤을까.
 
그냥 그건 숫자 아닌가요?(웃음) 요즘은 현금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신용카드 그리고 모바일 뱅킹을 넘어서 가상화폐까지 등장한 시대잖아요. 점점 돈의 개념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지금 막연히 생각해도 그게 얼마나 되는지 사실 잘 떠오르지도 않고 그래요(웃음). 그만큼의 돈이 만약에 들어오게 된다면, 일단은 멤버들과 나누고 제 몫으로 남은 돈으로 뭐하지? 일단 제가 쓸 것 같지는 않네요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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