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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무상증자 테마의 계절
2022-06-28 06:00:00 2022-06-28 06:00:00
최성남 증권팀장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약세장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눈에 띄는 흐름이 하나 있다. 일반적으로 약세장에서 두드러지는 테마성 수급이 몰리는 테마주 흐름이 무상증자를 결정하는 회사로 몰리는 현상이다.
 
무상증자가 무엇이길래 주가가 오르는 지 이유를 궁금해 하기 전에 '무' 자만 스쳐도 급등락을 반복하는 현재의 장세에서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테마의 흐름이란 것이 보기 좋은 미끼를 던져 덥썩 무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6월 한달 동안 무증을 발표한 기업은 모두 상승했다. 여기에 발표 당일 또는 다음날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도 세 종목에 달했다. 6월 무증 급등의 트리거는 지난달 무증을 발표하고 무려 6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노터스가 있다. 노터스(278650)는 현재 연일 급락 흐름을 보이며, 무증 기준가(7730원)도 하회하고 있다. 급등 이후 제자리로 돌아온 테마주의 흐름과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장세에서 무증 관련주의 주가 급등을 전형적인 테마주 흐름이라고 평가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테마주는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통 뚜렷한 수익 기회를 찾기 어려울 때 횡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장이 횡보세를 보이거나 지금처럼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면 테마주를 하고 싶은 유혹이 더 커진다"며 "무상증자 기업들이 테마주의 타깃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테마주의 유혹이 커지는 장세가 펼쳐지고 있지만 감독당국의 대응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리콘투(257720)원준(382840)이다.
 
실리콘투의 경우 지난 21일 수시공시의무관련사항(공정공시)을 통해 무증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무증 검토 공시 이후 실리콘투는 당일 상한가를 비롯해 이틀간 38%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원준의 경우 무증 발표 이후 이례적으로 급락세를 보였다. 이미 시장에서 무증 관련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에 재료소멸로 인식된 점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IR업계 관계자는 "20년 넘게 IR 업무를 진행했지만, 현재와 같이 무증 관련 상장사의 주목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거래소가 실리콘투의 무증 검토에 대해 공정공시를 했다는 것으로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공정공시 이후 무증 철회에도 불성실공시법인 등의 지정에 자유롭기 때문에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준의 경우 이미 시장에 무증 관련 소문이 무성해 지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던 상황인 만큼 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려운 시장이다. 투자자 피해를 양산하는 테마주의 유혹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증 테마주 시대에 한국거래소의 사후약방문식 처방은 아쉬운 대목이다. 법과 원칙은 양날의 검이다.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통해 투자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시장 참여자 모두가 연구해야 할 것이다.
 
최성남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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