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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쉬어갈 때 빚투는 금물
2022-06-21 06:00:00 2022-06-21 06:00:00
최성남 증권팀장
주식시장의 오래된 격언은 '공포를 사라'는 말이다. 현재 증시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입에 담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 시점에서 분할 매수에 들어가면, 바닥을 다진 시점에서 다시 반등이 나올테니 넉넉한 현금이 있다면 분할 매수에 들어가라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살 돈이 있느냐는 말이다. 지난해 6월 고점(3316.08) 기준으로 현재까지 1년여만에 코스피 지수는 26.39% 급락한 상태다. 지속적인 주가 하락에 수많은 투자자들이 추가 매수를 했음이 충분히 짐작되는 대목이다. 500만 소액주주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의 경우 코스피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은 23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조원, 8조원 순매도로 대응한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대립을 보이는 부분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증시 전문가들이 2400선이 바닥이 될 것이며, 현재 국면에서 분할매수로 대응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개인들의 자금 사정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돈이 없는데, 주식을 사야 한다고 생각된다면 빚을 내서라도 들어가라는 의미다. 하지만, 빚투(빚내서 투자)를 누가 권하겠는가? 투자의 정석은 "여유자금"으로 하라는 것인데, 이미 개인들의 여유자금은 녹아내리고 있다.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은 올해초 70조원을 상회하다가, 지난 5월말 기준 57조원까지 급감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의 급감은 약세장을 뜻하기도 한다. 동학개미가 증시 상승의 주역으로 떠올랐던 시기에 투자자예탁금은 2019년말 27조원 수준에서 올해초 70조원까지 가파르게 증가한 바 있다. 주가 상승기의 다른 이름이 투자자예탁금 증가라는 소리다. 지금은 자금이 줄고 있는데, 이미 시작된 약세장의 본격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증시 대기자금이 정점을 찍은 올해초 이후 불과 반년도 안되서 10조원 넘게 급감하면서 '역머니무브'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증시를 이탈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단순한 명제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로 갈까. 금리 인상 기조로 예적금을 찾는 자금의 이동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526조9000억원으로 작년말 511조7000억원보다 15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 5개월 동안 감소한 투자자예탁금 보다 더 많은 돈이 몰렸다.
 
미국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자이언트스텝(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있고, 연말까지 미국의 금리가 4%까지 치솟는 것이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저렇다면, 우리나라의 금리는 더 올라야 하는 게 상식이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3중고가 여전한 현재 증시에서 공포를 사라고 외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설령 공포를 사고 싶다고 한들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약세장에서 잇따른 자금 집행에 나선 개미들의 멘탈이 온전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지금이 바닥이니 분할 매수를 하기 위해 영혼을 끌어모아(영끌) 주식을 산다고?
 
요즘 트레이더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럴 때일수록 너무 주식시장만 보지 말고 취미 생활을 즐기며, 멘탈 관리에 나서는 것이 좋다. 지금 멘탈을 잘 관리해야 나중에 반등장이 올때 충분한 수익이 날 것이다. 투매에 동참하지 말고, 잠시 주식시장을 떠나 계시라"이다.
 
그렇다. 쉬어가기 위해 빚투를 해서는 안된다. 
 
최성남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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