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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첫 방한 "함께 갑시다"…문재인과도 통화
2022-05-22 18:00:00 2022-05-22 18:00: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 다음 순방국인 일본으로 출국했다. 취임 후 첫 방한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만 79세라는 고령이 무색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은 방한 이틀째인 21일 이뤄졌다. 윤 대통령 취임 11일 만으로, 역대 가장 빠르게 성사됐다. 양 정상은 한미동맹을 변화된 국제정세에 맞춰 기술 및 공급망 동행으로 끌어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오후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한 뒤 곧바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으로 이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첫 순방 일정에 내포된 의도는 역시 중국 견제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세계시장 1위로, 평택 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이다.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에서 한국과의 기술 및 공급망 동맹은 중국에게는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공장 정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맞이했다. 양 정상은 22초간 서로의 손을 잡으며 우애를 표했다. 윤 대통령과 한국 측 수행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새겨진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을 예우했다. 양 정상은 함께 공장을 둘러본 뒤 연설을 통해 한미 관계가 반도체 등 첨단기술과 공급망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날 것을 희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이틀째인 21일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을 참배했다. 이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정상회담은 소인수 회담, 환담, 확대 회담 순으로 진행됐다. 양 정상의 소인수 회담은 예정됐던 30분을 훌쩍 넘겨 72분간 이뤄졌다. 
 
김성한 외교안보 실장은 소인수 회담이 길어진 데 대해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두 분 정상이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넓고 깊었기 때문"이라며 "다른 쪽으로 화제 바꾸기 힘들 정도로 환담이 그쪽 (자유민주주의)에 많이 할애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미정상회담은 오후 1시32분부터 3시21분까지 1시간49분 동안 진행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
 
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다리를 꼰 편안한 자세로 파안대소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성한 실장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대단히 우호적인 분위기였다"며 "두 정상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신고 있던 결혼식 구두도 이야기 소재가 됐다. 22일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특별한 행사이니 제대로 된 구두를 신고 가라"고 조언해 윤 대통령은 2012년 결혼식 때 신었던 구두를 신고 정상회담장에 갔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구두를 보더니 "대통령 구두가 너무 깨끗하다"고 말하면서 더 친근감 있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장에 선 양 정상은 상대가 답변할 때 통역을 경청하며 미소를 짓거나 눈을 맞추는 등 각별한 친밀감을 드러냈다. 
 
양 정상은 21일 저녁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도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축배를 들었다. 윤 대통령은 만찬 건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좋아하는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문구를 인용하며 "한미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은 민주주의의 힘이 국민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여실히 보여줬다"며 한미 군사동맹 구호인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말로 건배사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만찬 전 김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과 나는 'married up(매리드 업)'한 남자"라고 인사하며 웃었다. 'married up'은 보통 남자들이 자신을 낮추면서 부인을 높이는 표현으로, 남자보다 훨씬 훌륭한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는 유머러스한 의미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사흘째이자 마지막 날인 22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면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 정원에서 현대차의 미국 투자와 관련한 소감을 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전할 말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는 "헬로"(Hello)라고 인사를 건네고서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끝"(period)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내가 북한 지도자와 만날지는 그가 진실하고 진지한지에 달렸다"면서 북한의 비핵화와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함께 오산 미 공군기지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하고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관심을 모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은 불발됐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오후 10여분 간 문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친교를 다졌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첫 방한을 환영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축하한다"며 "우리 두 사람이 한미동맹을 공고하게 한 토대 위에서 한미 관계가 더 발전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을 "좋은 친구"라고 부르며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군사분계선의 철조망을 녹여 만든 십자가를 선물했다. 선물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직후 외교부를 통해 전달됐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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