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특송’ 김의성 “대한민국 미래 결코 어둡지 않다”
“착한 배역보단, 동기와 의지가 확실한 악역에 더 끌리는 게 사실”
“송새벽 악역, ‘이렇게 루즈해도 되나’ 싶었는데 영화 보고 감탄해”
2022-01-18 01:03:00 2022-01-18 01:03: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 사람, 겉과 속이 너무 다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 (릭터)’(가적) (릭터)’ 차이가 너무 동떨어져 있다. 먼저 본캐는 우리가 다 아는 배우다. 그리고 악역 전문 배우다. 악역도 정말 밉상 악역만 골라서 한다.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런 밉상이 아니다. 한 번쯤 만나면 주먹 한 대 날려주고 싶은 밉상 악역이다. 이 배우 때문에 명존세란 단어가 한때 대한민국 최고 유행어가 된 바 있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직업적 본캐일 뿐이다. 근데 따지고 보면 직업적 정체성이 그 사람의 부캐가 이닐까 싶기도 하다. 이 사람에게서 직업을 지워내면 정말 인간성 좋은 동네 아저씨가 된다. 아니 동네 친구가 된다. 1965년생, 올해 57세다. 그리고 그런 그를 남녀노소 불문 부르는 타이틀이 있다. ‘아주 좋은 친구라는 것. 보통 이 정도 나이의 배우라면 가만히 있어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게 된다. 그런데 나이가 어리건 또 남자건 여자건 그와 함께 해 본 동료들은 그를 친구라고 한다. 세상에 이 보다 더 좋은 칭찬이 있을까. 세상 최고로 나쁜 남자, 그런데 세상 최고로 나만 친하고 싶은 남자. 배우 김의성이다. 영화 특송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배우 김의성. 사진/NEW
 
우선 김의성이 어떤 배역을 맡으면 악역일까모두 의심을 하게 된다. 드라마 모범택시가 방송 중일 때도 김의성은 개인 SNS를 통해 내가 배신을 할 것이라 의심하지 마세요라고 유쾌하게 팬들의 기대감과 의심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이번 특송에선 특송 전문 업체 백강산업대표 백사장을 연기했다. 영화를 보면 악역 중에 백씨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유독 많다. 김의성은 크게 웃었다.
 
“(웃음) 이번에도 의심을 하실지 모르겠는데 영화로 제가 악역일지 아닐지는 확인해 주세요. 우선 여전히 악역이 많이 들어와요. 제가 악역 전문이라기 보단 제 나이 또래 배우들에겐 대부분 악역이 들어와요. 4050세대가 나쁜 짓을 많이 해서 그런가(웃음). 지금도 착한 역보단 동기와 의지가 확실한 악역에 더 매력을 느낀 해요. 그럼에도 배우이니 다양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죠.”
 
특송은 드라마 모범택시보다 더 일찍 촬영한 영화란다. ‘코로나19’ 때문에 이제야 개봉을 하게 된 작품이라고. 주인공 박소담과는 영화 검은 사제들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이다. 그때부터 좋은 우정을 나누고 친하게 지내왔다고. 그런 박소담이 충무로에선 결코 흔치 않은 여성 원톱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서게 된 작품에 조력자로 캐스팅이 됐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배우 김의성. 사진/NEW
 
말씀하신 대로 소담이 주인공이고,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은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란 점이 너무 끌렸죠. 액션 자체를 이끌어 가는 흐름도 너무 좋았어요. 사실 소담이가 주인공이란 말에 그냥 뭘 계산하냐 하자하고 한거에요. 하하하. 소담이 대해선 좀 각별한 마음이 들어요. 배우로서 성장하는 모습, 인간적인 매력에 반했다고 할까요. ‘특송찍으면서 감동 받은 일도 정말 많았고.”
 
김의성이 연기한 백사장은 박소담이 연기한 은하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다. ‘은하는 영화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백사장하고만 소통을 한다. 그 정도로 백사장을 믿는단 설정이다. 하지만 그 이상이 분명 있을 듯하다. 영화를 보면 백사장은하의 관계는 그 이상의 무엇을 공유하고 있었다. 김의성이 집중한 백사장은하의 관계는 이랬다.
 
“’은하는 북한에서 탈북한 탈북자 설정이에요. 당시 백사장이 은하의 탈북을 도운 인연이 이어져 영화 속 시작으로 왔단 설정이 있었던 거죠. 이 과정이 굉장히 치밀하고 또 세밀하겠죠. 그 과정을 소담이와 많이 얘기를 했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탈북을 했고 북한에서의 생활은 어땠는지. 탈북 이후 백사장과 어떤 과정을 거쳐 함께 일하게 됐는지. 애착 관계의 형성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등. 많은 부분을 세밀한 지점까지 서로 함께 논의를 했던 것 같아요.”
 
배우 김의성. 사진/NEW
 
박소담과의 극중 관계가 이랬다면 이번 특송의 메인 악역은 송새벽이 연기한 조경필이었다. 악역 전문 선배로서 송새벽의 악역 연기가 인상 깊었을 듯했다. 송새벽은 누구나 다 아는 대한민국 최고의 코미디 배우다. 그런 송새벽이 특송에선 국내 상업 영화 사상 가장 기괴한 악인으로 등장한다. 김의성은 송새벽의 캐스팅에 처음 상당히 의아했다고. 하지만 그의 연기를 실제 경험하고 감탄을 금치 못했단다.
 
송새벽 배우랑은 마지막 액션 장면에서만 만났어요. 당시 연기를 하는 데 이렇게 해도 되나싶을 정도로 루즈하게 하더라고요. 원래도 유연하고 부드럽게 하는 분인 건 알았죠. 촬영하는 데 너무 여유 있는 거 아냐싶었는데. 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보고 실제로 송새벽 배우에게 열수는 배웠다고 감탄을 건냈어요. 자신의 어눌한 말투를 오히려 공격적인 무기로 활용한 그 선택이 놀랍고 기가 막혔죠. 박수 1000번을 쳐도 모자랍니다.”
 
김의성의 이런 에티튜드는 후배들에겐 아주 유명하다. 격이 없고 나이를 떠난 우정과 배움을 자청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과거 부산행촬영 당시 아역 배우 김수안에게 연기를 물어봤단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그와 한 번이라도 작업해 본 동료들은 그를 선배또는 동료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주 좋은 친구라고 부른다. 남자 후배 여자 후배 모두가 그를 그렇게 부른다. 정말 희한하다.
 
배우 김의성. 사진/NEW
 
“(웃음) 우선 너무 감사해요. 전 나이 개념이 없어요. 나와 동갑이거나 어리면 전 그냥 다 친구라 생각해요. 사실 촬영장에 가면 50대 중 후반이면 나이가 젤 많아요 거기다 남자에요. 그리고 배우. 그러면 현장에선 강자 중에 최강자에요. 제가 농담을 좀 세게 해도 상대는 엄청난 상처를 받아요. 그런 현장에서 내가 뭘 요구하고 의견을 내는 건 너무 하찮은 짓이라 판단했어요. 그래서 함께 하는 동료들에게 좋은 파트너로만 기억에 남자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그런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죠.”
 
김의성은 배우이면서 정치적 목소리를 SNS로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대중문화예술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작년 SNS투표 은퇴를 고려 중이란 글을 올려 그를 좋아한 팬들과 언론의 관심을 끈 바 있다. 그 고민은 지금도 유효하단다. 그가 이런 생각을 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2030세대를 조금은 무시했던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한다.
 
배우 김의성. 사진/NEW
 
철 없다 무시했던 젊은이들이 더 편견 없이 꼼꼼하게 정책을 따져가며 정치적 지지를 결정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랐어요. 한 번씩의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선을 보내고 나면 저도 60이 넘어 가더라고요. 그 세 번의 투표를 끝으로 투표 은퇴를 고민 중이에요. 이번 대선도 2030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의 중심이 됐잖아요. 제가 젊은 세대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게 많은 걸 느꼈죠. 80~90년대를 보낸 기성세대로서 그들은 정치적 지향성을 잘 못 바꿔요. 지지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 합리화하는 세대인데, 젊은 세대는 무엇이 옳고 이익인가에 대해 유연하더라고요. 전 대한민국 미래가 꽤 밝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듭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