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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실적시즌 날린 '오너·회계리스크'
2022-01-18 06:00:00 2022-01-18 06:00:00
우연수 증권부 기자
국내 증시에서 오너리스크, 회계리스크 등 실적과 무관한 각종 암초들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졸이고 있다. 기업이 돈을 잘 벌어도 각종 리스크로 주가가 반토막나거나 거래 정지되는 일이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경영진의 '먹튀' 논란으로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신저가를 기록했다. 류영준 카카오 차기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이 상장한 지 한달도 되지 않은 카카오페이의 스톡옵션 고점에 팔면서다. 기업 성장의 과실을 가장 먼저 따먹고 나가면서, 경영진이 사익 편취에 눈멀어 주주들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멸공' 논란에 신세계 주가도 휘청였다. 총수 일가 위주의 경영 체계로 인해 오너 한사람의 일탈이 '몸통'을 흔든 일이 국내 증시에서 반복되고 있다.
 
회계 리스크도 빠질 수 없다. 회계 재무팀장 한명이 회사 자금의 90% 이상을 빼돌린 오스템임플란트의 기막힌 횡령 사건과 셀트리온 관련 분식회계 이슈도 주주들을 떨게 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거래가 정지됐으며,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는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어닝시즌에 접어들면 기업의 지난 분기 실적과 앞으로의 실적 추정치 등에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미국 증시의 경우 기업 실적이 주가에 비교적 충실히 반영된다. 실적 하나만 보고 투자하면 되기에 비교적 예측 가능한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각종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심지어 조그만 기업들도 아닌, 덩치 꽤나 하는 카카오, 신세계, 셀트리온, 오스템임플란트 등이 해당 이슈에 휘말리고 있어 주식시장 전반의 신뢰도를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그 가치가 주주들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실적이 뛰어나도 부실한 내부통제가 회사 내 치명적인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에도 주주들에겐 돌이키기 어려운 손실을 야기한다. 낙후된 지배구조 리스크가 한국 기업들의 주가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 뛰어든 수백만 동학개미들은 예기치 못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들의 향연에 아우성치고 있다. '국장(국내 주식시장)엔 미래가 없다, 미장(미국 주식시장)이 답'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연 소액주주들의 불만 뿐일까. 시총 2조원이 넘는 상장사의 횡령, 상장한지 한달도 안된 기업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에도 곱게 보일 리 없다. '경영하기에 좋은 나라'만 외치기 전에, 과연 투자자들에게 좋은 기업이 되어주고 있는지, 상장사들의 성찰이 절실한 때다.
 
우연수 증권부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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