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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나 혼자만 산다'는 리더의 위험성
2022-01-17 06:00:00 2022-01-17 06:00:00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한 사람이 있다.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해 뛰어난 업무능력과 처세술, 냉정함을 앞세워 40대의 젊은 나이에 사장이 된다. 사장 승진이 생애 최고의 일이 되리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축하는커녕 아내는 결별을 선언하고 하필 그 순간 회장은 전화로 인력감축을 압박한다. 사장으로서 첫 출근길에는 해고자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자신이 주도한 구조조정 때문에 직장을 잃은 동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도 듣는다. 그날 저녁 동기의 장례식장에 들렀다 나오는 길, 한 술집에 앉아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 자신의 삶을 후회하며 되돌리고 싶어 한다. 그리고 바텐더가 준 술을 한잔 마시고 들었던 잠에서 깨보니 입사 직전 20대의 청년이 돼 있다.
 
한 웹툰의 도입부다. 앞으로 20년간의 미래를 머릿속에 넣고 다시 입사한 주인공은 주변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며 달렸던 기존의 삶과 달리 동료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면서 그들의 능력을 살리는 조력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덕분에 기존에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거나 억울하게 회사를 떠났던 동료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무기력했던 부서는 활기를 띤다.
 
오락거리로 즐겼던 웹툰이 최근 새롭게 다가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논란과 류영준 전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의 스톡옵션 대량 매도 사태를 보면서다. 둘의 행동은 웹툰 속 40대 주인공과 닮았다. 출세, 생각의 표출, 재산 증식이란 대상은 다르지만 타인의 고통이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목적만 중시했다는 점에서다.
 
멸공 논란과 스톡옵션 매도 사태는 일단락되는 모습이지만 이미 기업 이미지는 타격을 입었고 주가와 투자자의 신뢰는 떨어졌다. 그사이 누군가는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자산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고 누군가는 실적 악화로 일자리가 위협받지 않을까란 불안감을 느껴야 했을 것이다.
 
멸공 논란이나 스톡옵션 매도 사태 같은 일이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점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이런 사건을 초래하는 것은 함께 일하는 구성원과 그들의 노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게 무엇이든 가치를 두지 않으면 관심이 없고 관심이 없으면 눈앞에 놓인 것도 보이지 않는 법이다.
 
물론 모두에게 생각을 표현하고 재산을 불릴 자유가 있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고통과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특히 경영진이라면 개인의 자유보다 기업과 그 구성원을 지켜야 할 책임이 앞선다. 두 사람에게 비난이 쏟아졌던 이유다. 기업을 대표한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낮은 직급의 직원이었거나 경영 또는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기 힘든 사람이었다면 비난은 둘째치고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둘 다 심각한 수준의 상처를 남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무시하고 자신의 삶만 소중하다 생각하는 경영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시 터져 나올 수 있는 일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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