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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균형 없는 법률은 법률이 아니다
2021-11-30 06:00:00 2021-11-30 06:00:00
최근 헌법재판소는 도로교통법 중 2회 이상 음주운전 엄벌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을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위 규정 중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책임과 형벌의 불균형을 가장 큰 근거로 삼았다. 한 행위에 비하여 처벌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쉽게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위반행위가 예컨대 10년 이상 전에 발생한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고 제안한다. 그렇다면 다시 범한 음주운전은 그 자체로 가중 처벌할 필요성이 거의 없다. 실제로 음주운전을 가중 처벌해야 할 필요성은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도로교통법 해당 조항은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을 했는지 안했는지 구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10년 전에 음주운전하고 어쩌다 다시 음주운전을 하게 되었을 경우에도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을 한 경우와 같이 처벌하도록 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사정을 살피지 않는 불균형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법률가들은 이러한 불균형은 법률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법률의 생명은 균형이다. 법률은 봐주기와 가혹한 형벌 사이에 적절한 지점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균형이 깨어지면 법률은 폭력이 된다. 특히 가혹한 형벌을 남발하면 범죄는 잔혹해지고 형벌은 정당성을 얻지 못한다. 예를 들어 살인자도 사형에 처하고 강도나 절도범도 사형에 처한다고 해 보자. 이런 법률에서는 강도나 절도가 발각되면 목격자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잡히면 무조건 사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인자도 정당방위 상황에서 살인을 할 수 있고 절도범에는 배가 너무 고파 빵을 훔치는 자도 있다. 이런 사정을 전혀 살피지 않고 모두 사형이라면 형벌은 정당하지 않다. 
 
법률의 균형에는 먼저 행위와 형벌의 균형이 있다. 살인과 강도와 절도는 엄연히 다른 범죄행위다. 당연히 다른 형벌이 가해져야 한다. 책임과 형벌의 균형이 그 다음이다. 사람들은 보통 범죄행위가 나쁜 행위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판단능력이 부족하거나 없는 청소년이나 정신이상자의 경우에는 형벌을 가할 수 없다. 
 
세 번째 균형은 범죄 사이의 균형이다. 범죄는 형벌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살인은 절도보다 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만일 한 범죄의 형벌을 높이면 다른 범죄도 따라 높아져야 한다. 최근 잔혹범죄, 엽기범죄, 증오범죄가 계속 발생하면서 형벌을 높여 대처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도로교통법 음주운전 조항 역시 이런 시도로 도입되었다.
 
잔혹범죄, 증오범죄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다. 이를 막기 위하여 처벌을 강화하려고 하는 시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균형이 깨어져서는 안된다. 이번처럼 범죄와 형벌의 균형도 깨어지지만 범죄 사이의 균형도 깨어진다. 잘못하면 폭행범을 살인자처럼 처벌하게 된다. 이런 결과는 누구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성폭행 사건을 가혹하게 처벌하면 그에 따라 무고범도 그만큼 가혹하게 처벌해야 한다. 범죄 사이에도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서로 가혹하게 처벌하면 결국 처벌만 있고 교화는 없는 사회가 된다. 교도소는 가득차고 사회에 복귀하는 사람은 없는 삭막한 사회가 된다.
 
법률은 그 자체로 균형을 갖추어야 하지만 사회정책과도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여성이 비정규직으로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고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혼자 걸어 퇴근하는 사회에서는 아무리 성폭행범을 엄벌에 처해도 여성을 보호하기 어렵다. 아동을 양육하기 힘든 사회에서는 아무리 아동학대를 가혹하게 처벌해도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어렵다. 법률은 사회정책을 넘어 경제정책과도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경제는 성장일변도 정책을 취하면서 노동보호법률을 제정하려고 시도하는 태도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극단으로 흐르고 갈등이 폭발하는 현 시대에 균형은 더욱 필요하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계기로 균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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