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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슬의생2’ 신원호 감독 “시즌제 맞는 시스템 무엇인지 스터디 필요”
“3년동안 제 검색창, 항상 ‘슬기로운 의사생활’만”
2021-10-15 00:05:00 2021-10-15 08:04:38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tvN 드라마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리즈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종영을 했다. 시즌1 제작발표회 당시만 해도 신원호 감독은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리즈가 시즌3까지 계획이 잡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즌1를 지나 시즌2를 제작하면서 신원호 감독은 시즌3에 대한 계획이 아무 것도 잡혀 있지 않다고 했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시즌3를 마냥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 됐다. 신원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왜 시즌제 드라마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게 됐는지 밝혔다.
 
신원호 감독은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에 대해 드라마의 다양한 요소, 그리고 다섯 배우들의 케미를 꼽았다. 그는보시는 분들이 각기 매력을 느끼는 부분들, 예를 들어 누군가는 다섯 동기들의 케미, 또 누군가는 음악 혹은 밴드, 누군가는 환자, 보호자들의 따뜻한 이야기, 누군가는 러브라인, 누군가는 많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에 호감을 갖고 들어오셨다가 또 다른 포인트들에 매력을 느끼시고 사랑을 주신 것 아닐까 짐작한다”고 답했다.
 
이어그 중 하나를 굳이 꼽으라면 아마도 다섯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캐릭터와 케미스트리, 그리고 그들이 그려내는 율제병원 안의 소소한 사람 이야기에 점수를 많이 주신 것 아닐까 싶다”며시즌2로 국한해서 생각해보면 단연내적 친밀감’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한다. 시즌1에서 시즌2로 건너오며 생긴 2년여의 시간 속에서 드라마 자체와의 친밀감, 캐릭터, 배우들과 갖게 되는 내적 친밀감이라는 게 생긴다. 익히 아는 캐릭터, 익히 아는 관계, 익히 아는 이야기들 이라는 생각에 거리감이 많이 좁혀졌던 게 시즌2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고 밝혔다.
 
2개의 시즌을 함께 해온 99즈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와의 호흡에 대해신기한 경험이었다. 첫 촬영 날도 그랬고 다섯 명이 모두 모인 장면을 처음 찍던 날도 그랬고, 시즌1 이후 10개월 가까운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같이 어제 찍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또한사실 첫 촬영이라 하면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다. 서로의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아예 생략되고 물 흐르듯이 진행되다 보니까 그게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배우들이며 스태프도 현장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 내적 친밀감도 2년여의 시간 동안 어느새 두텁게 쌓이다 보니 시즌2는 훨씬 더 촘촘한 케미로 이어질 수 있었고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신원호 감독 인터뷰. 사진/tvN
 
시즌2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이 가장 컸던 부분은 바로 99즈의 로맨스 결말이었다. 신감독은물론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다 보이겠지만 워낙 로맨스만의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러브라인의 흐름이 빠르거나 밀도가 촘촘할 수가 없다”며연출자의 입장에서 다른 장면들에 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아마 그런 점들 때문에 조금 더 차근히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살짝 느릿하게 호흡을 더 가져가려 했던 정도 였던 것 같다. 실제 그 호흡, 그 분위기, 그 공간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연출하려 했던 장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각 커플 별 분위기나 색깔에 언급하기도 했다. 신감독은익준이랑 송화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저희가 가장 잘 해왔던 색깔이긴 했다. 오래된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이밍의 엇갈림, 여러 상황들의 엇갈림, 그 가운데서 애타는 마음과 결국엔 절절하게 이루어지는 스토리 축은 워낙응답’ 때부터 많이 보여줬던 색깔이긴 한데, 그 때보다는 더 연한 색깔로 가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친구들간의 케미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시즌1과 시즌2 전체의 축이 되어줘야 했던 러브라인이라서 그 적당한 밀도를 지켜가야 하는 점을 가장 많이 신경 썼던 것 같다”며선을 넘지 않는,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보는 분들도, 캐릭터들도 서서히 물들도록 하려고 했다. 그래서 찍으면서 좀 과하다, 눈빛이 진하다, 너무 멜로 느낌이다 하는 것들을 많이 걸러내고 조금 더 천천히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키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과 겨울 커플에 대해정원이의 절절했던 마음과 신부가 되고 싶은 마음 사이의 내적 갈등, 겨울이의 가슴 아픈 짝사랑, 이런 감정들이 결국 시즌1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었다. 시즌2에서는 그 커플이 얼마나 더 단단해져 가느냐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더불어둘이 서로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지, 그리고 그 좋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대일 때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를 겨울정원 커플을 통해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12화에서 겨울이가 고민하는 정원이의 등을 토닥여주는 장면이 그래서 가장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감독은로맨스가 완성되는 과정만으로 봤을 때 시즌1의 가장 큰 축이 겨울정원이었다면 시즌2의 큰 축은 석형, 민하였다. 어찌보면 사실은 시즌1부터 차근히 쌓여져 온 러브라인이다. 석형이 가진 여러 개인사에 대한 고민이 본인 스스로 해결되어야만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러브라인의 가장 큰 얼개였다”고 전했다.
 
또한시즌1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쌓이고 시즌2에서는 그걸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얼개만 보면 무거운 느낌일 수도 있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둘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럽길 바랬다. 어쩌면 큰 틀은 묵직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가장요즘 멜로’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던 커플이다”고 말했다.
 
마지막 준완, 익순 커플에 대해 어찌 보면 곰곰 커플과는 반대였다. 시작이나 연애 중간중간의 느낌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었지만 전체 얼개는 묵직해야 했다. 해서 시즌1이 재미있으면서 설레는 멜로였다면 시즌2는 정통 멜로의 색깔로 갔다. 정말 실제 그럴 법한 연인 간의 갈등들, 장거리 연애에서 나올 수 있을 법한 고민들, 서로의 직업적인 상황들 때문에 갖게 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엇갈림과 오해, 이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절하게 이어나가는 둘의 마음들이 잘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신원호 감독 인터뷰. 사진/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시리즈는 주 1회라는 새로운 시청 패턴, 시즌제 드라마의 선두주자라는 평을 받았다. 시즌2를 마친 신 감독은 이제 주 2회 드라마는 다신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2개씩 했었던 전작들은 어떻게 해냈던 건지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간다. 이건 저 뿐만 아니라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피부로 체감하는 부분이다이라고 했다.
 
또한 시즌제의 가장 큰 강점은 내적 친밀감 아닐까 싶다. 모든 드라마가 마찬가지겠지만,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는 1회다. 1회에서 드라마의 방향성과 캐릭터들을 효과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하는 것이 늘 큰 고민인데, 시즌제에선 시즌1을 제외하고는 그 고민을 생략하고 시작할 수 있다. 그냥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어도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고 이미 친한 캐릭터, 익숙한 내용들이다 보니까 쉽게 받아들이고 접근할 수 있다고 시즌제의 강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신감독은 시즌2까지 진행을 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한계, 고단함을 마주하게 됐다. 그는 시즌1을 끝내고 나니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고민들이 생겼다.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우리에게 쌓인 여러 고민들이 해소되어야만 가능할 것 같았다. 거기에 시즌제가 가져다 주는 피로감이 유난히 크다고 고백했다.
 
또한 지난 3년동안 제 검색창은 항상 슬기로운 의사생활만 있었을 정도로 3년이라는 시간이 모두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꽉 차 있었다. 3년 내내 그 작품 하나만 생각하면서 살아야 되는게 너무 피로감이 쌓이더라. 콘텐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만약에 똑같은 기간에 똑같은 노동량을 들이더라도 중간에 다른 작품으로 리프레시 하고 다른 신경을 쓰고 다른 뇌를 쓰면서 살았으면 피로감이 훨씬 적었을텐데 한 작품만을 신경 쓰고, 오로지 그 캐릭터들과 관계들을 신경 쓰면서 살다 보니까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일단은 아무 생각없이 쉬고 싶은 마음이다고 고백했다.
 
시즌제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신감독은 모든 것을 작가 혼자, 연출 혼자서 해내야 하는 시스템에서는 긴 시즌제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아무래도 시즌제 드라마가 주류이다 보니 그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시즌제에 맞는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한 스터디가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신감독은 시즌1 제작 발표회 당시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 한국판 프렌즈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물론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들도 많았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던 좋은 시절이었다. 시청자분들께도 언젠가 지난 2년의 일상들을 추억할 때 가슴 한 켠에서 그 일상들과 함께 기억되는 드라마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신원호 감독 인터뷰. 사진/tvN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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