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열심히 일한 당신 구조조정
입력 : 2021-09-12 09:00:00 수정 : 2021-09-12 09:00:00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지난 2002년 어느 카드 회사의 광고 문구다. 이 문구는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보상을 주겠다는 유행어로 당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해야 할 명제가 한없이 허무하게 다가 온다. '지친 서민들의 발'인 지하철을 운행하는 서울 지하철 노동자들이다.
 
서울 지하철 노동자들이 오는 14일 지하철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와 공사가 서울 지하철 적자를 이유로 2000명에 이르는 인력 감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적자문제로 서울 지하철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서울 지하철은 더욱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지하철 요금은 수년째 동결 중인데, 악재만 쌓이다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지난해 공사의 순손실액은 1조1000억원대에 달했다. 승객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뚝 떨어졌고, 운수수입 또한 4500억원대로 줄었다. 여기에 코로나19 방역 비용도 만만치 않다.
 
현재 공사는 올 11월쯤 운영자금 조달 등을 위한 공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승인권자인 행정안전부에서 공사의 자구책 마련을 선결조건으로 걸고 있다. 공사는 자구책으로 공사 인력 10% 인력감축 등을 포함하는 구조조정안 내밀었다. 노조의 양보 바라는 것이다.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어이가 없을 노릇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시민들을 위해 발이 되어 준 노동자들에게 보상으로 '떠나라'고 하지는 못할 망정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하철 재정이 적자가 나고 있는데, 그 책임을 왜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사 의견이 일치하는 것도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다. 그러나 정부는 눈 조차 깜빡이지 않고 노조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하철 노조의 파업을 두고 "코로나19로 국민 삶이 가뜩이나 힘들고, 지하철은 지친 서민들의 발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며 자제와 대화를 당부했다. 코로나19로 서민들도 지쳤지만, 서울 지하철 노조들도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어 오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정부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당시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90년대 후반 경제 위기 이후 대규모 공공부문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사건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정부는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무임수송의 의무와 책임을 분명히 하되 정부가 직접 서울 지하철 공사 노조의 총파업을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표진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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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진수

앞만 보고 정론직필의 자세로 취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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