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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모가디슈’ 조인성 “김윤석-허준호 연기 계속 ‘소름’만 돋았다”
‘안기부’ 출신 인물 연기…“뭔가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점 고민하려 노력”
“‘모가디슈’ 완성 불가능 프로젝트…완성 될 수 있었던 건 ‘류승완’ 때문”
2021-08-04 00:00:01 2021-08-04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은 얼굴에 나이를 먹게 된다. 하지만 배우들은 연기에 나이를 먹게 된다. 그건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고루하다는 편견을 줄 수 있다. 스타일의 문제란 얘기다. 연기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색깔과 기술이 변한다. 물리적 나이와 시간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연기는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배우도 분명히 있다. 두 번째는 물리적 나이 먹음에 본인의 연기도 자연스럽게 맞춰 나가고 있는 배우들도 있다. 20대의 파릇한 젊은 시절에는 그 느낌 그대로 연기에서 상큼한 내음이 풍겨왔다. 하지만 30대가 지나고 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분명히 뭔가 달라졌다. 연기에서도 분명히 40대의 중후함 혹은 40대의 능수능란함 그것도 아니면 능글맞은 성격이 고스란히 베어 나오고 있었다. 40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배우가 그렇게 하니 또 그 맛이 달라지는 듯하다. 배우 조인성이 40대의 문턱을 넘었다. 그리고 첫 작품으로 20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모가디슈를 선택했다. 그가 연기한 배역은 앞선 설명이 딱 들어 맞는 강대진 참사관이다. 영화를 보면 누가 조인성이고 누가 강대진인지 분간이 잘 안될 정도였으니.
 
배우 조인성. 사진/IOK컴퍼니
 
모가디슈 1991년 아프리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실제로 벌어진 내전 상황에서 대한민국과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함께 탈출한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어떤 동료 또 어떤 선배들은 안 그랬겠냐 만은. 조인성은 20대 중반부터 30대의 끝자락까지 자신의 이름 석자가 하나의 브랜드로 통하는 세계에서 살아온 배우다. 이번 영화에선 자신이 오롯이 끌어가도 되지 않았다. 김윤석 허준호 등 문자 그대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함께 했다.
 
제가 혼자 뭔가를 끌어 왔고 또 그래왔단 생각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교만한 태도 같아요. 그저 롤이 조금 더 많았던 것뿐이에요. 모두가 각자 현장에서의 롤에 충실해서 해오면 됐던 거죠. 근데 이번에는 제가 그 롤이 좀 많은 게 아니라 김윤석 허준호 두 선배님이 그 역할을 해오셨어요. 저를 포함해 다른 모든 분들은 각자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됐으니 심적으로는 좀 더 안정적이었죠.”
 
극중 조인성이 연기한 강대진은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의 참사관이다. 영화 속에선 현직 참사관이지만 안기부 출신으로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좌천돼 파견된 인물로 등장한다. 대사관 직원들을 감시 및 관리하는 역할로서 견제도 하지만 협조를 해야 할 때에는 또 힘도 보태는 눈치 빠른 한 마디로 적당히 타협하고 또 적당히 비열한 인물이 바로 강대진이다.
 
배우 조인성. 사진/IOK컴퍼니
 
“‘안기부란 단어 자체가 굉장히 뭔가를 편협하게 만드는 것 같았어요. 뭔가 좀 다르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또 자유로운 인물. 또 체면도 무시할 수 있는 인물. 강대진은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었죠. 비굴하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론 상대를 타이를 줄도 아는.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면 기존 안기부 이미지와는 다른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 강대진이 주변 인물들과 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소리에 집중했어요.”
 
김윤석은 영화 비열한 거리를 본 뒤 조인성에 대한 호감을 품었다고 한다. 그리고 모가디슈를 통해 조인성과 만나 더 할 나위 없었다고 웃었다. 조인성은 어땠을까. 그에게 김윤석 그리고 허준호는 사실 범접하기 힘든 대선배들이다. 조인성이란 이름 석자가 지금도 여전히 톱스타로 불리는 한국영화계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김윤석 허준호는 사실 다른 세상의 배우들이라고.
 
촬영하고 모니터링을 하는 데 되게 이상했어요. 뭐라고 해야 할까. 우선 소름이 쫙 돋았어요. 김윤석 허준호 두 선배님은 제 나이 또래 배우들에겐 그냥 배우였어요. 그 분들의 연기를 보면서 나도 배우가 될거야라고 꿈을 꾼 세대가 저희에요. 그런데 내가 지금 저 두 분하고 같은 작품에서 함께 대사를 주고 받으면서 연기를 하고 있단 게 현실감이 전혀 안느껴졌죠(웃음). 두 분이 이끌어 주신 덕분에 저도 모가디슈를 소화할 수 있었어요.”
 
배우 조인성. 사진/IOK컴퍼니
 
김윤석 허준호 두 대선배에 대한 예우와 감탄을 쏟아냈다. 하지만 앞서 그 두 대선배도 마찬가지였다. ‘모가디슈란 불가능한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 모두의 열정도 있었고, 스태프 개개인의 노력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홀로 진두지휘 한 류승완 감독 힘이었다고 모두가 한 목소리를 냈다. 조인성 역시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가디슈가 극장에 오롯이 걸릴 수 있었던 단 한 가지를 꼽자면 류승완이었다고 분명히 말했다.
 
류승완 감독이었기에 이 영화가 완성됐고 또 극장에 걸렸어요. 감독님은 현장에서도 그랬지만 영화 밖에 모르고 사는 분이세요. 이미 이 전에도 감독님은 큰 프로젝트를 많이 해보셨잖아요. 그 경험이 없었으면 모가디슈가 됐을까 싶어요. 현장에선 항상 영화 뿐이었고. 근데 또 그러면 되게 무서운 감독님을 떠올리실 수도 있잖아요. 영화 앞에선 정말 가장 순수해지세요. 어린 아이 같아요. 진짜 보기 너무 좋았어요.”
 
그는 류승완 감독과 함께 모가디슈외에도 한 작품을 더 작업했다. 후반작업이 한창인 영화 밀수에서 함께 했다. ‘밀수역시 자신이 중심이 아닌 작품이다. 그래서 좀 더 마음이 편했을 수도 있지만 류 감독이었기에 출연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웃는다. 김혜수 염정아 박정민 등 함께 하기 힘든 동료들이 참여하는 작품이었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역시 류승완이었다고.
 
배우 조인성. 사진/IOK컴퍼니
 
“‘모가디슈끝나고 제가 사실 다른 작품에 들어가야 했어요. 근데 중간에 시간이 좀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자기야 시간 돼?’라고 물어보셔서 라고 했죠(웃음). 진짜 거절할 수 없는 타이밍에 그렇게 훅 들어오셔서 하하하. 시나리오도 안 봤어요. 안본 게 아니라 못 봤죠. 사실 그 비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싶었는데. 뭐 그렇게 들어오셔서 거절하기도 힘들었어요(웃음)”
 
배우 생활 동안 이번을 포함해 아프리카는 두 번째라고. 하지만 이번 모가디슈촬영지인 모로코는 우리가 아는 아프리카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단다. 너무 즐거웠고, 또 너무 환상적이었다며 꼭 한 번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꼽았다.
 
조인성은 문화,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현지에서 돼지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모로코 100% 올로케이션 현장은 조인성에게 남의 시선을 느끼지 않고 상황 그대로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그는 자유로움을 많이 느꼈던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물론 힘든 점이라면 모로코의 종교적 문제로 인해 돼지고기를 먹지 못했던 점이 가장 곤욕스러웠다며 웃는다.
 
배우 조인성. 사진/IOK컴퍼니
 
돼지고기 못 먹는 건 정말 힘들더라고요(웃음). 대신 소고기가 엄청 저렴해서 진짜 많이 먹었어요. 그리고 로컬 음식에 대한 즐거움도 확실히 있긴 해요. 모로코 음식 중에 타진이라고 있는데 그거 정말 꼭 한 번 드셔보세요. 정말 맛있어요. 촬영 때는 코로나19’ 직전이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순간조차 정말 감사하고 보물 같았단 걸 이젠 알 수 있는 거죠. 모가디슈로 인해 우리 영화계가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리길 바라고 또 바라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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