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선수 잡으면 운동부 '학폭'이 사라질까
입력 : 2021-02-19 06:00:00 수정 : 2021-02-19 06:00:00
프로배구에서 촉발된 스포츠계 '학폭'(학교폭력) 문제로 떠들썩하다. 쌍둥이 자매 선수에 관한 피해자의 폭로를 시작으로 남자선수 두 명의 사례가 더해지면서 사태가 커졌다.
 
소속팀은 해당 선수의 출장 정지 조치를 내렸다. 국가대표 운영을 책임지는 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하기로 했고 프로배구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성난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배구계의 태도가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일반의 생각과 달리 일단 비는 피하자는 식으로 보여서다. 연맹은 학폭 전력이 있는 선수가 프로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구 제명해 지도자 활동도 불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장본인들은 대상이 아니다. 소속팀과 협회의 판단에 따라 가해 선수들이 언제든 코드에 다시 설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것이다.
 
배구팬 사이에서는 가해 선수의 실력이나 연봉 등을 고려할 때 출장 정지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쌍둥이 자매 선수 소속팀이 내놓은 입장문을 봐도 시기만 특정하지 않았을 뿐 복귀는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해석된다.
 
어린 시절의 허물 때문에 지금까지 쌓아 온 것과 미래까지 불이익을 받아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심각한 잘못을 해도 잠시만 고개 숙이면 얼마든 부와 명예를 누리면서 살 수 있다는 선례가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만드는 밑거름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번 일과 관련해 운동부 징계 이력을 통합 관리해 선수 활동 과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대책을 마련에 나섰다. 스포츠 인권 보호 강화를 위한 2차 국민체육진흥법도 시행됐다.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권한 등을 강화하고 인권 침해 시 즉시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이다. 처벌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학폭을 포함한 인권침해 행위를 어느 정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해소는 요원해 보인다.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성적 지상주의가 개선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다. 결과만 바라보면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폭력을 묵인해 온 지도자가 변하지 않는다면 성적 지상주의는 사라질 수 없다. 선수들만 엄벌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도자들이 폭력을 모른 척하는 이유는 그들의 생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만이 고용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 좋은 성적을 낼 수단이 된다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훈련의 효과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선배나 에이스급 선수가 대신 나서주면 편안하기까지 하니 애써 말릴 필요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선수 간 폭력 사건으로 학부모 사이에서 난처한 일을 겪는 것도 피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지도자들에 대한 인권 의식 개선과 선진 지도 방법 교육뿐 아니라 처우를 개선하고 단기 성적에 휘둘리지 않는 고용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운동부 운영 책임자는 물론이고 정부와 체육협회, 학부모 등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당연히 지도자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 학생을 가르치는 지도자는 운동 능력뿐 아니라 선수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고 도와야 하는 의무가 있다. 성적만 잘 내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환경 탓만 한다면 지도자나 선생님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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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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