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친다?
입력 : 2021-02-19 06:00:00 수정 : 2021-02-19 06:00:00
올해 들어 철강 공장에서 3건의 사망 사고가 들렸다. 2건은 작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1건은 공장에 식자재를 납품하던 50대 가장이 화물 승강기에 껴 숨진 사고였다.
 
철강을 비롯해 조선, 정유, 석유화학 같은 중화학 공장은 무겁고 위험한 설비가 많아 사고가 나기 쉬운 환경이라고 한다. 그래서 회사는 작업계획서를 쓰게 하고, 안전 교육도 하고, 위험 요소가 있으면 노동자가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게 한다. 회사의 설명대로라면, 이처럼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는데도 사망 사고가 끊이질 않는 셈이다.
 
지난해 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야간 근무를 위해 출근하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다 제철소 내 도로에서 25톤(t) 덤프트럭과 충돌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포스코 공장에서는 최근 석 달 새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이 건은 다른 5건의 사고와는 약간 결이 다르다. 다른 사고들은 모두 작업 현장에서 발생했기에 명백한 산업재해지만 이 건은 교통사고로 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기 때문이다.
 
산재 여부에 대해선 이견이 있지만 이를 수습하는 포스코의 방식에 대해선 그간 안전 사고에 대해 땜질식 처방을 해왔다는 '합리적 의심'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 보인다. 사고 후 포스코가 내놓은 대책은 '포항제철소 내 이륜차 운행을 제한한다'였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조합은 포항제철소 도로 교통사고는 이전부터 꾸준히 발생했고 이번 사고 또한 차선, 신호등, 가로등, 노면 좌회전·우회전 표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사고의 원인을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아닌 '부실한 도로 사정'이라고 보고 있는데 회사는 엉뚱하게 이륜차 통행 금지 조치를 내린 셈이다.
 
사후 대책이 미봉책에 그친 것은 아닌 지에 대한 의구심은 다른 사고들을 통해 다시 한번 반증할 수 있다. 포스코에서 가장 최근 발생했던 지난 8일 사망 사고의 경우 점검이나 수리 중 설비를 가동해선 안 된다는 지침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있었던 사고와도 비슷한 양상이다. 만약 두 달 전 사고 후 안전 대책을 제대로 실천했다면 올해 사망 사고는 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동국제강 화물 승강기에서 숨진 식자재 납품업자 또한 사고 전부터 승강기 고장이 잦아 가족에게 두려움을 자주 토로했다고 한다. 고장이 났을 때 점검을 꼼꼼히 했다면 이 또한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사고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례를 볼 때 어제의 사고를 그냥 넘긴다면 언젠가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흔히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건 이미 늦은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죽은 후 설비를 다듬고 대책을 촘촘히 마련하는 것은 좀 다른 것 같다. 비록 늦더라도 의미가 있으니 말이다.
 
김지영 산업1부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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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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