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층간소음은 '딴 세상' 얘기인가요
입력 : 2021-01-27 06:00:00 수정 : 2021-01-27 06:00:00
층간소음이 이슈다. 한 개그맨 부부가 시발점이 된 층간소음 문제는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 상황이 맞물리면서 단순한 연예계 화젯거리를 넘어 다시 한번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된 지난해 환경관리공단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전년보다 6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상당히 심각한 상태란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수치다.
 
위층 이웃이 바뀌기 전인 작년 여름까지 층간소음에 시달렸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윗집 큰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뒤 이사를 갔으니 머리 위에 벽 하나를 두고 5~6년쯤을 함께 한 듯하다.
 
처음에는 '쿵쿵'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유난히 활동적인 남자아이 둘이 사는 집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인테리어 공사나 이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하면 인터폰을 통해 주의를 부탁했다.
 
처음부터 강하게 항의하지 않았던 탓인지 아니면 아이들이 크면서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층간소음은 점점 심해졌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멈추는 게 이상할 정도로 일상화됐고 항의를 하고 5분도 안 돼 다시 층간소음이 시작되는 일이 계속됐다.
 
이런 과정에서 인내-분노-다툼이 반복됐고 스트레스가 쌓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경이 곤두섰고 그만큼 고통은 심해졌다. 하루종일 귀에 대고 진공청소기를 돌리면서 눈앞에서 망치질하는 상황에 놓인 듯했다.
 
대화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생각에 다른 해결책을 찾았다. 하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무력감만 느꼈다. 오히려 윗집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리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만 깨달았다. 매일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으로서 법적 절차나 분쟁 조정을 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관리사무소를 통한 요청도 효과가 없으니 남은 것은 마냥 참거나 사적 복수를 하는 것뿐이었다.
 
마침 집에 있던 고무망치에 천을 감아 층간소음이 심할 때 천장을 두드렸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몇 분 안 돼 어깨가 아팠고 천장도 망가져 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가 아니라도 집에 있는 내내 망치질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통과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은 윗집 이웃이 바뀌면서 찾아왔다. 새 이웃이 온 뒤 집이 안식처란 사실을 느끼고 있다. 윗집 이웃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거나 이사를 하지 않는 한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은 대부분 층간소음 피해자가 같을 것이다.
 
층간소음은 아주 오래됐을 뿐 아니라 폭력, 심하면 살인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그런 만큼 정책 당국이나 정치권 등에서 대책 마련도 지속됐다. 하지만 문제는 그대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불이익이 없으니 건설사나 가해자 모두 층간소음 해소를 위해 힘을 쓸 필요가 없고 피해가 계속되는 게 당연하다.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해소 노력을 강제하거나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법 하나만 제대로 만들어도 해결할 수 있지만 '자신만의 큰 정치'에 몰두하는 정치인들에게 층간소음은 사소하고 그런 만큼 관심을 둘만 한 일이 아닌 것처럼 보여서다.
 
어쩌면 시민들이 뜬금없는 전직 대통령 사면 주장이나 얼토당토않은 서울시장 후보들의 행보를 딴 세상 놀음으로 바라보듯 그들은 층간소음을 본인과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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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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