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문화 탈피하는 금융사)③청바지 입고 칸막이 없애고
전면 복장 자율제에 직급체계 단순화…효율성·창의성 중요시
입력 : 2021-01-26 06:00:00 수정 : 2021-01-27 07:58:58
[뉴스토마토 권유승·김응태 기자]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금융회사 직원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경직된 문화를 버리고 효율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하면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복장자율화를 실시하는 금융사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통합 신한라이프 출범을 앞두고 지난 22일 전일 자율 복장제를 시행했다. 청바지나 운동화를 신고서도 출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손해보험사들도 복장자율화에 한창이다. 롯데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은 전 임직원이 일할 때 편한 복장을 고려해 자율적인 착장을 가능케 했다. 
 
은행권도 복장자율화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올해부터 복장자율화를 전면 시행했다. 금융권 중에서도 보수적인 조직으로 손꼽혀온 한국은행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근무복장 자율화를 도입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도 전 직원의 복장 자율화를 시행 중이다. 
 
금융사들의 사무 공간도 변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18일 본사 전체에 스마트오피스를 오픈했다. 약 1400평 규모로 조성된 스마트오피스는 자율좌석제로 운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협업 공간, 프라이빗존, 폰부스 등도 마련했다. 캐롯손해보험은 카페 같은 사무실로 눈길을 끌고 있다. 런던 소호(SOHO)의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스탠딩 바테이블은 물론 부스형 소파, 라운지, 릴렉스 룸 등이 구비 돼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도 부서장 개별공간을 오픈하고 엑티비티형·카페형·헬스케어형·시네마형·캠핑형·라이브러리형·트래블형·가든형 등 8가지 테마형 사무환경을 적용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자율책임 아래 단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소규모 조직형태인 '노드형 조직'을 도입하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별도로 마련된 임원 사무실을 없애 직원과 소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금융사들은 직급체계를 단순화하면서 수평적인 분위기도 조성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영어 호칭을 도입했다. 영어이름을 전 계열사 그룹 포털에 등록했다. 신한은행은 부서장 외 모든 직급 호칭을 '프로'로 통일했다. 삼성생명은 2019년 4월부터 직원 상호간 호칭을 프로로 명칭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직급 체계를 5개에서 3개(시니어매니저·매니저·어소시에이트)로 단순화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이름이나 성에 '매(니저)', '어소(시에이트)' 등을 간략하게 붙여 호칭하고 있다.
 
신한카드도 직급에 관계없이 호칭인 '님'을 붙이고 있다. 직급 간 소통 강화를 위해 사내방송에서 소통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아울러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소통할 수 있는 '애자일 조직'을 활성화하고 있다. 애자일 조직은 '민첩한'이라는 단어 뜻처럼 소규모 팀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경영 방식이다. 자율적으로 조직을 구성한 '셀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집단지성을 발휘하도록 조직 체계를 개편했다. 기존 '13본부' 체계를 '9그룹-4본부'로 재편해 '그룹'이라는 상위 개념을 도입했다. 본부별로 나뉜 조직을 '그룹'으로 통합해 본부 조직 간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유연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도 시행한다. 롯데카드는 똑똑하게 소통하며 일하기 위한 'FOCUS 5 rule(포커스 5 룰)'을 도입했다. 세부규칙은 △유연한 회의(Flexible) △똑똑하게 일하고 정시 퇴근(On-time) △핵심 위주 피드백(Clearly) △대면  대신 메일·메신저 등을 활용한 보고(Utilize) △PPT 대신 워드, 엑셀 등을 통한 보고(Simple)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같은 금융권의 변화는 효율성과 창의성이 중요시 되면서 자연스레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복장자율화'를 주제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93%가 복장자율화에 찬성을 택했다. 찬성 이유로 △불필요한 사내규율이나 관습을 없앨 필요가 있어서(36.7%) △업무효율 상승(33.5%) △사내분위기 전환(19.4%) 등의 의견이 개진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유연근무제 등 업무 환경이 변화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김재환 캐롯손해보험 상무는 "디지털 전환 추세에 기존 보험사들도 상명하달식의 문화보다는 자유롭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소통하는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면서 "특히 코로나가 금융사들의 유연근무제 도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는데, 향후에는 더욱 유연한 형태의 일하는 방식이 적용되지 않을까 한다. 캐롯손보 역시 혼자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추가적으로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조직 문화가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최근 디지털 혁신 바람이 불면서 자유로운 분위기와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전일 자율 복장제를 시행했다. 사진은 직원들이 신한L타워 17층 '캠핑' 공용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신한생명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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