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기자의'눈')골 깊어지는 송출수수료 갈등, 해법 고민해야
2021-01-21 06:00:00 2021-01-21 06:00:00
"협상의 여지가 없어요. 유료방송사업자가 송출수수료를 제시하면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입니다. 말이 협상이지 조율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홈쇼핑사는 채널이 중요한데 내지 않을 수도 없고, 버텨봤자 채널이 밀리면 저희만 손해죠." 
 
최근 만난 홈쇼핑회사 직원의 말이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회사가 인터넷(IP)TV 같은 유료방송채널사업자에 내는 채널 사용료로, 일종의 자릿세 개념이다.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업자는 매년 송출수수료를 개별로 계약하는데, 이 송출수수료가 해마다 인상되니 내는 쪽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유료방송사업자의 채널을 사용하는 홈쇼핑사가 자릿세를 내고, 이를 위해 양측이 계약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계약 절차가 공정하고 양측이 동의한다면 문제될 일이 없다. 다만 유료방송사업자는 수년째 홈쇼핑사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으로 수수료를 인상하고, '을'인 홈쇼핑사는 협의가 아닌 유료방송사업자의 일방적 제시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다.
 
홈쇼핑사는 채널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비싼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알짜 채널에 들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지상파 채널 사이의 소위 '황금채널'을 놓고 경쟁을 하는 것이다. 다만 이 채널 경쟁이 홈쇼핑업계 전체의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이제는 방송 매출의 절반을 수수료로 내는 상황이 됐다. '갑'의 입장인 유료방송사업자는 해마다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홈쇼핑의 송출수수료 규모는 2019년 기준 1조8394억원으로 2018년 대비 12.6% 증가했다. 2010년 4856억원이었던 송출수수료는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15.9% 상승했다. 홈쇼핑사가 방송사업으로 버는 매출은 2019년 기준 3조7111억원인데 이 중 절반 수준인 49.6%를 송출수수료로 내는 것이다. 유료방송사업자는 가입자 수 증가에 맞춰 수수료를 높였다고 하나 유료방송사업자의 2019년 가입자 수는 3381만단자로 전년 대비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분쟁도 발생했다. 송출수수료로 갈등을 겪은 홈쇼핑사는 한 자릿수의 황금채널에서 30번대로 밀려났고, 이런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최근 송출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 또한 조심스럽다. 회사 간 사적 계약을 법이 개입한다면 시장의 기능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 문제를 고민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존 가이드라인보다 실효성 있고 기업의 준수 의무도 담겨야 할 것"이라며 "시장 자율의 영역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놓고 고민했으나 계속 이슈가 되는 사안인 만큼 시정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와 업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유료방송 홈쇼핑 상생 협의체를 만들어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이후에도 비슷한 협의체가 더 출범됐으나 결실은 없었다. 송출수수료 문제는 홈쇼핑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홈쇼핑에 들어가는 중소기업, 그리고 제품을 사는 소비자에게까지 연결되는 문제다. 협의하는 모양새만 갖출 것이 아니라 정말 절차를 개선할 수 있는 해법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심수진 산업2부 기자 lmwssj0728@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