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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전 비서실장들 “비서실 은폐·묵인·방조 없었다”
인권위에 의견서 제출, 피해자 제기 의혹에 SNS·메시지 근거로 반박
2020-12-04 16:49:49 2020-12-04 16:49:49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시절 함께한 김주명·오성규 전 비서실장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비서실의 은폐·묵인·방조 행위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의견서 전문에 따르면 김 전 실장과 오 전 실장은 각각 2일과 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 전 실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2016년 7월 서울시 미디어특보를 거쳐 2017년 3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비서실장을 지냈다. 오 전 실장은 시민단체 출신으로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을 거쳐 2018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비서실장을 지냈다. 두 인물 모두 이번 의혹과 관련된 주요인물로 꼽힌다.
 
피해자가 올 4월13일 고 박원순 전 시장 SNS에 남긴 '좋아요'. 사진/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의견서
 
오 전 실장은 의견서에서 “고소인 측은 박 전 시장이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4년 동안 추행을 했고, 이를 주변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렸으나 조직적인 방조에 의해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며 “객관적인 증거 없이 주장들이 일방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최소한의 진실이 온전히 자리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피해자가 제기한 박 전 시장의 ‘위력에 의한 추행’에 대해 오 전 실장은 “텔레그램 비밀대화 초대 화면 외에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텔레그램 비밀대화는 박 전 시장이 비밀대화 기능을 처음 익힐 무렵 박원순 시장을 보좌하는 직원들 대다수에게 남녀 불문 동일하게 초대한 것으로 고소인만 비밀대화방에 초대한 것이 아니다. 고소인이 4년간 사용한 핸드폰 자체를 증거물로 제출하고 전체 기록을 포렌식 받아서 증명하면 명확해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도 의견서에서 “시장과 피해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왔던 본인도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일체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며 “피해자와 비서실을 떠난 뒤에도 올 3월까지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했지만 피해자는 시장에 대한 존경의 표현을 일관되게 했었고 성적 고충과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피해자가 2019년 7월 전보 당시 남긴 비공식 업무 인수인계서. 사진/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의견서
 
특히, 이들은 비서실 차원의 은폐·묵인·방조가 이뤄져 수차례 전보요청을 묵살당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오 전 실장은 “피해호소를 받았다는 주변 동료들이 거의 없고 오히려 동료들에게 박원순 시장을 존경하고 같이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표했고 스스로 인수인계했을 뿐만 아니라 성폭생사건 직전인 4월13일까지 박원순 시장 SNS에 그런 의사를 표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추행을 회피하기 위해 전보요청을 했다는 주장도 추행 피해호소와는 전혀 관계없이 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조건을 활용해 가장 선호하는 부서에 가고자 로비한 것으로 (피해자는) 본인이 원했고 공무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서로 전보됐다”며 “명확한 것은 전보요청과 피해호소와의 연관성을 확인할 아무런 정황과 증거가 없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도 “당시 비서실장으로서 피해자로부터 어떠한 성적 고충을 들은 바 없다. 성적 고충을 이유로 전직을 요청한 사실도 없다 업무상 주고받은 텔레그램 문자로도 확인된다. 오히려 피해자가 2018년 1월 인사를 앞둔 2017년 12월29일 새해에 더욱 열심히 근무를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텔레그램 문자를 보낸 사실도 있다. 비서실의 다른 동료들 역시 정무직이든 행정직이든 피해자로부터 성추행과 관련한 호소를 듣 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는 성추행을 어떻게 묵인·방조·은폐할 수 있다는 것인지 피해자 측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2019년 1월 피해자가 승진을 위해 비서실에 남기를 희망한 사실이 있다. 통상적으로 위계에 의한 성추행의 경우 수반되는 인사상의 불이익도 없었다. 피해자는 4년의 비서실 근무기간동안 두차례 승진을 했다. 최단 기간 승진에 해당하고 희망에 따라 부서 배치가 이뤄졌다. (피해자의) 주장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8년 3월6일 피해자가 비서실 소속 행정공무원과 주고받은 인사 관련 문자메시지. 사진/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의견서
 
이들은 구체적인 날짜와 대화내용을 적시하거나 텔레그램 메시지, SNS 캡쳐 등을 의견서에 첨부하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경계하기도 했다.
 
오 전 실장은 “이번 사건을 당사자로서 직접 경험하면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전가의 보도가 돼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한다 는 증거재판주의를 일방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 고소인의 진술 하나만 있으면 아무런 근거가 없어도 주변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압박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나 너무도 위험한 일이다”고 주문했다.
 
김 전 실장도 “피해자 중심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의 말이 절대적이라는 의미가 돼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주장을 경청하되 그 주장에도 검증과 확인이 필요하다. 피해자의 주장과 다른 사실을 말했다고 해서 이를 2차 가해로 매도하거나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과 다른 내용을 받아들이라고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인권침해다. 이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아니라 피해자 절대주의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 8월부터 박 전 시장의 비서 성추행 등 의혹 전반을 직권조사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8월6일 피해자가 비서실 소속 행정공무원과 주고받은 인사 관련 문자메시지. 사진/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의견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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