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치와 법의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
입력 : 2020-12-04 06:00:00 수정 : 2020-12-04 06:00:00
한국에서 법의 지배는 이미 실현되었다. 모든 문제는 법원으로 향한다. 특히 정치의 문제가 그렇다. 당장 국회에서 벌어진 일들, 정치인들의 다툼은 모두 고소, 고발을 거쳐 검찰과 법원으로 향한다. 정치인과 관료의 운명을 검사와 판사가 정한다. 인권의 범위, 국가 정책도 검사와 판사가 정한다. 사실상 입법도 하고 국가정책도 정한다. 2004년 행정수도 이전을 무효화시킨 것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었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를 무효화시킨 것은 판사였다. 법의 역할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판사와 검사가 이렇게 광범위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 법치주의라고 정당화할 수 있을까?
 
법치주의는 현대 사회의 핵심가치다. 정의로운 법이 있어 권력을 그 아래에 둘 때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인권이 보장된다. 한편, 민주주의와 인권은 정의로운 법을 만드는 토대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튼튼해야 법의 남용을 막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양심을 바탕으로 한 상호 존중의 윤리가 있다. 법이 없는 현대 사회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법의 지배가 법률가의 지배가 아니다. 법률가는 국민 다수의 의사를 대변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선거로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인에 비하여 민주주의에 취약하고 미래 비전 제시 능력도 떨어진다. 법률가는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실무가, 활동가를 대신할 수 없다. 현장의 괴로움, 갈등, 대립을 직접 겪지 않기 때문에 현장의 인권에 취약하다. 그 대신 법률가는 절차적 정의에 강하고 개인의 권리에 강하고 발생한 문제 해결에 강하다. 
 
법률가의 한계는 이처럼 명백하다. 바로 이 때문에 정치는 사법화 되면 안된다. 인권도 같다. 정치와 인권의 영역은 법률가가 일방적으로 재단해서는 안된다. 정치와 사법이 상호 존중하면서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자제의 미덕이 필요하다. 물론 정치인들의 범죄는 당연히 수사와 재판의 대상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정치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것, 법률가들이 정치를 법률로 재단하는 것이다. 정치의 사법화가 문제다.
 
법은 민주주의를 뒷받침하지만 민주주의를 대신할 수 없다. 법적 절차는 정치와 다르다.
 
첫째, 법은 절차를 중요시한다. 어떤 행위가 결과적으로 정당하더라도 절차가 잘못되면 그 행위를 무효화한다. 중죄를 저질렀더라도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되었다면 무죄를 선고한다. 둘째, 법은 개인을 중시한다. 정치적인 판단보다는 개인의 권리를 우선한다. 개인의 권리에는 절차적인 권리도 포함된다. 개인에게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역시 위법하다고 본다. 셋째, 법은 전통적으로 자유권적 인권인 개인의 자유 보호에 더 치중한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중시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도 집회를 허용한 법원의 결정은 이런 경향을 반영한다. 그에 비례하여 법원은 사회 정의, 분배, 복지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넷째, 법은 종합적인 판단보다는 개별적인 요소에 치중하여 판단한다. 법률요건이라고 하는 구체적인 요소 하나하나를 따져 그 요소가 충족되지 않으면 위법을 선언한다. 이에 비해 정치는 종합적인 판단을 추구한다. 
 
정치와 법률은 문법이 다르다. 정치인들은 검사와 판사를 이용하여 정치를 하려고 한다.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법률을 앞세워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장점, 상대방을 파렴치범으로 만드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정치를 떠나 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 법률은 정치의 문법을 무시한다. 법률의 문법으로 정치를 판단한다. 그 결과 정치가 위태롭게 되고 법의 지배가 가능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다수의 안전이 위기에 처하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검사와 판사는 법률의 문법에 충실하기를 요청받는 사람들이고 실제로 법률의 문법에 가장 충실한 사람들이다. 법률의 문법에 충실한 법률가가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정치와 법률의 혼합이다.
 
정치인에 대한 고소와 고발, 관용과 자제의 부족, 정치력의 부재는 결코 법률이 대신할 수 없다. 문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치가 과도하게 법률에 의존하는 것은 법률가들의 정치지배 현상을 가속화한다. 정치의 법률 의존은 법률의 정치 종속, 법률가의 지배만큼 위험하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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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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