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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크루즈 안탄다…선박 해체 활발
올해 크루즈선 폐선 10척…운항 중단 장기화에 피해 눈동이
2020-12-02 06:03:13 2020-12-02 06:03:13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크루즈선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밀폐된 공간은 코로나 확산 위험성이 높아 승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크루즈선사들이 고철값이라도 벌고자 배를 폐선시키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터키 알리아가 항구에 여러척의 크루즈선이 해체를 기다리고 있다. 원래 터키 해체조선소는 상선 위주로 해체 작업을 했지만 최근 들어 대형 크루즈선을 해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외신을 종합해 보면 영국,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총 5척의 크루즈선을 해체하기 위해 알리아가 항구로 보냈다. 여기에 조만간 3척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실제로 영국 선박가치평가기관 배슬스밸류(VesselsValue)에 따르면 2018~2019년 2년간 총 9척의 크루즈선이 해체됐는데 올해는 이미 10척이 해체됐다. 
 
카니발그룹 크루즈선. 사진/카니발그룹
 
코로나 여파로 크루즈 입항 금지
 
크루즈선 해체량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크루즈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다수의 승객이 밀폐된 공간에서 장기간 머무는 크루즈선 특수성 코로나가 확산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일본에서 크루즈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만,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크루즈선 입항을 금지했다. 한국 정부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크루즈선 국내 입항을 금지한 상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지난 3월 크루즈선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항해금지 명령을 내렸다. 항해금지 명령은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해체되거나 CDC책임자의 자체 판단이 있을 때 또는 새로운 명령이 연방관보에 게재된 이후 100일을 경과하기 전까지 유효하다. CDC는 항해 금지기간을 7월로 정했다가 9월로 연장했다. 
 
CDC는 10월 항해금지 조치를 풀었으나 크루즈선사들은 자체적으로 크루즈선을 운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크루즈선 승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세계 3대 크루즈기업인 카니발그룹, 로열캐리비안크루즈, 노르웨이 크루즈라인 홀딩스는 이달 초 미국 항해 일정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 세계 50개 크루즈선사가 가입한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도 올해 말까지 미국 크루즈 운항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카니발그룹은 2021년 2월까지 미국 해역에서 모든 크루즈선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며 카니발그룹의 자회사 프린세스크루즈와 홀랜드아메리카라인도 내년 4월까지 운항을 멈춘다. 
 
이렇다 보니 크루즈선사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카니발그룹은 2분기 44억달러(5조3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억달러로 전년 동기 48억달러에 크게 못미친다. 3분기에도 29억달러의 막대한 손실을 냈다.
 
사진/카니발그룹
 
재정 압박에 크루즈선 고철행
 
결국 카니발그룹은 재정 악밥을 견디지 못하고 크루즈선을 매각했다. 당초 예정된 올해 매각 척수는 6척이었으나 추가로 12척에서 최대 18척까지 매각 또는 폐선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7월 크루즈선 2척을 터키 폐선조선소로 넘긴 바 있다. 노후선의 경우 운영비용이 더 들어간다. 카니발그룹은 비효율적인 선박을 정리해 함대를 12% 가량 축소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당시 크리스틴 더피(Christine Duffy) 카니발그룹 사장은 "크루즈선이 함대를 떠나는 것은 안타깝지만 승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후화된 선박을 해체해 고철값이라도 받기 위해서다. 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고철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상태가 좋으면 가격이 제법 높다. 7월에 폐선된 크루즈선 중 한척인 '카니발 판타지'호는 선령이 무려 30년으로 2억2500만달러에 건조됐다. 상부구조에서만 1만5000톤 규모의 고철이 나온다고 가정하면 약 470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목적지 없는 크루즈 상품'도 나오고 있다. 입항 금지 국가가 늘면서 승객 밀집도를 크게 낮추고 내륙 관광지를 여행하는 단기 여행 상품이다. 즉 출발지와 목적지가 같아 코로나 확산 위험을 줄여준다. 항공업계의 '묵적지 없는 비행'과 유사하다.
 
이 상품은 지난달 초 싱가포르가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싱가포르항에서 출항해 인근 해역을 다녀오는 2박3일 일정이다. 당시 크루즈에 탑승한 1400명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탑승했다. 승무원들도 탑승 전 14일간 격리한 뒤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크루즈선사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 검사와 격리가 가능한 의료시설을 마련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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