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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대출 부담 컸나…하반기 은행채 발행 2배 늘려
4대은행 지난달까지 20조 발행…LCR규제 완화 종료 앞두고 발행 가속
2020-12-01 14:29:58 2020-12-01 14:33:16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주요 은행들이 올 하반기 들어 은행채 발행 규모를 상반기 대비 두 배가량 늘렸다. 저금리와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재무건전성 지표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악화한 탓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LCR 규제완화 기한 종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있어 자금조달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7~11월까지 발행한 은행채는 20조400억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10조9300억원과 비교해 183% 증가한 것으로, 하반기 들어 발행에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은행의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인 은행채는 예수금, 양도성예금증서(CD)과 달리 예대율 개선에 도움이 적고, 채권 만기 시 금리 상승과 같은 리스크를 안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들 은행은 작년 상·하반기에는각각 14조원의 은행채를 발행했다. 기존 채권을 차환하거나 일정 시기에 만기가 쏠리지 않도록 안정적인 운용을 전략을 펴왔다.
 
반면 올 하반기 들어서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크게 떨어지면서 은행채 발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은행의 주요 재무건정성 지표 중 하나인 LCR은 30일 내 예금인출 등 현금 순유출에 대응해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 비율을 나타낸다.
 
당국은 LCR을 100%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올 3분기 말 기준 평균 93.3%로 국민은행이 91.5%, 신한은행 92.7%,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93.5%, 95.6%를 기록했다. 1분기까진 평균 105.2%를 기록했으나 불과 6개월 사이 11.9%포인트 떨어졌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코로나 대출을 유도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규제 비율을 85%로 낮춘 상태다. 저금리로 은행채 외엔 조달수단이 마땅치 않기에 은행들은 당분간 채권을 통한 현금 쌓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에 따른 대출 증가와 정기예금 비중 감소로 은행들의 LCR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금리가 하락으로 차환에 따른 이자부담 감소가 있었겠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1~2년 뒤를 생각하면 은행채를 쉽게 늘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은행들의 건전성 개선 움직임에 따라 당분간 대출 전략이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일부 은행은 정부의 고소득자 신용대출 규제 시행일에 앞서 대출속도 완화에 나서는 등 LCR 감소에 따른 부담감을 간접적으로 호소했다.
 
대출 증가로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악화하자 주요 은행들이 올 하반기 들어 은행채 발행 규모를 상반기 대비 두 배가량 늘렸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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