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웃사촌’ 정우, 그의 얼굴에서 읽혀지는 ‘깊은 감정’
“‘유대권’이란 인물 허투루 접근할 수 없었다. 압박감 심했다”
“‘바람’ ‘이웃사촌’ 등장한 바나나 우유 같은 배우 되고 싶다”
입력 : 2020-11-24 00:00:01 수정 : 2020-11-24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정우의 얼굴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이렇다. 그가 화를 내면 이유를 찾게 된다. ‘저 인물이 화를 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그가 눈물을 흘리면 나도 모르게 같이 눈시울이 불거진다. 그가 슬퍼하면 그를 슬퍼하게 만든 사람에 대한 분노가 끓어 오른다. 이건 배우로서의 능력도 있지만 배우의 얼굴이 갖는 힘이기도 하다. 그의 얼굴은 곧 그의 연기이다. 그래서 이웃사촌이 정우를 필요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웃사촌을 쓰고 연출한 이환경 감독이 그를 원했지만 말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4년 이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 그놈은 멋있었다에서부터다. 당시 정우는 단역 출연자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달라졌다. 이 감독은 1000만 흥행 감독. 정우는 대한민국 영화계를 움직이는 배우 중 한 명. 꼭지점에서 만난 두 사람은 멋스럽고 신이 났다. 그래서 함께 만든 이웃사촌에는 이 감독의 색깔과 정우의 색깔 모두가 균등하게 담겨 있었다. 이 감독의 장기인 웃음인간미가 넘쳤다. 정우는 본인 장기인 그 두 가지를 살려내는 맛을 영화에 듬뿍 쏟아 부었다. ‘이웃사촌이 다른 이슈로 주목도가 큰 영화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는 정우란 배우가 담아낸 그 맛이다.
 
배우 정우. 사진/리틀빅픽처스
 
이웃사촌은 정우와 함께 한 배우 오달수가 연관된 이슈,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영화 시장의 경색된 분위기, 여기에 투자 배급을 맡았던 외국계 회사의 국내 영업 철수 이슈 등이 겹치면서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분위기였다. 하지만 실 낯 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했다. 정우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는 빛을 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영화란 게 다들 아시겠지만, 촬영이 끝나고 나면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사실 지금 느낌은 촬영 끝난 지 오래됐단 그런 것도 없어요. 바로 어제 촬영이 끝난 것처럼 기억이 생생하니. 개봉이 불투명해 질 것 같단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뭐 배우로서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은 없었죠. 또 어려운 시기에 개봉하니 걱정도 되지만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이유를 떠나서 저한텐 내적으로 많은 성장을 시켜 준 작품이에요.”
 
배우 정우. 사진/리틀빅픽처스
 
정우가 연기한 유대권은 권력의 하수인 같은 인물이다. 맹목적이고 집요하다. 그런 모습 속에는 엉뚱하고 또 황당함도 있다. 반대로 집에선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다. 사실 인간미라곤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 바로 유대권이다. 그런 대권이 의식(오달수)의 옆집에서 그를 도청하면서 자신의 내면이 변화되는 과정을 몸소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의 감정 변화는 배우로서도 특별했다.
 
워낙 감정 폭이 넓어서 허투루 접근할 수가 없었어요. 정신적으로는 물론이고 육체적으로도 너무 고된 배역이었어요. 촬영을 하면 할수록 이건 꼭 해내야 한다는 장면들이 정말 많았죠. 저도 이런 부담은 처음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심리적으로 정말 압박감도 심했죠. 배우가 작품을 하면서 부담감을 가지는 건 당연하죠. 그런데 주연이란 타이틀이 그렇게 강하게 다가올 줄은 정말 몰랐죠.”
 
배우 정우. 사진/리틀빅픽처스
 
심리적으로 부담이 워낙 강했지만, 여느 작품과 마찬가지로 현장은 웃음이 넘쳤다. 이 감독의 오랜 인연도 있지만 현장에는 연기에선 둘째라면 서러울프로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 정우와 오달수를 비롯해 지금은 스타급 배우가 된 조현철 염혜란 이유비 김병철, 여기에 아저씨의 악역으로 아직도 유명한 김희원 등 모두가 한 식구처럼 똘똘 뭉쳤다. 재미있는 점은 웃음은 넘쳤지만 배우들 모두가 말수가 적은 성격 탓에 희한한 현장이었다고 웃었다.
 
제가 현장에서 딱 중간이었어요. 선배들 모두가 말수가 적은 분들이에요. 아시죠(웃음) 하하하. 달수 선배도 의외로 말수가 적고 조용하세요. 현철이도 그렇고 병철 선배 희원 선배 모두가 그래요. 현장에서 시끌시끌한 건 유비하고 제 아들로 나온 아역배우 둘 뿐이었어요. 근데 이게 바꿔서 바라보면 모두가 본인 배역에 집중할 여유가 많아져서 정작 촬영이 더 유쾌했죠.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그런 분위기였어요.”
 
배우 정우. 사진/리틀빅픽처스
 
이웃사촌은 두 사람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바라보는 얘기를 담고 있지만 보는 재미도 아주 흥미로운 영화다. 1985년이 배경인 탓에 시대상을 재현한 비주얼이 눈길을 끈다. 골목길 쓰레기통부터 유리병 우유 재래식 변소 장면 등 웃음을 머금게 하는 소품들과 미술이 많다. 배우들의 의상과 분장도 그 시절을 추억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재래식 화장실 장면은 저도 놀랐어요(웃음). 특히 그 대변 보는 화장실 비주얼과 그 안에 가득 찬 은 보는 것만으로도 인상이 써질 정도였으니 하하하. 냄새는 전혀 안나는 데 도대체 이걸 뭘로 만들었지싶을 정도였으니(웃음). 의상도 많이 신경을 썼죠. 대권을 표현하면서 초반에는 거칠고 투박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어두운 색 계통을 많이 입었는데 나중에는 따뜻한 느낌의 색채를 담은 의상으로 변해가죠. 그리고 영화 속에서 제 눈을 자세히 보시면 벌겋게 충혈된 걸 보실 수 있는데, 그거 분장 아닙니다. 실제에요 하하하.”
 
배우 정우. 사진/리틀빅픽처스
 
워낙 다작을 하던 정우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작품 활동이 뜸했다. 아내(배우 김유미) 그리고 딸과 함께 한 시간도 많았다. 무엇보다 그가 작품 활동에 쉼표를 찍었던 것은 의외로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단다. 스스로 바닥이 났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텅빈느낌을 받기 시작했었다고. 그럼에도 쉴 수 없었던 것은 연기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대중들의 시선에서만 멀어져 있었을 뿐 여러 작품을 촬영하고 또 개봉과 공개를 앞둔 상태다.
 
“’이웃사촌도 있지만 뜨거운 피그리고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등이 개봉 대기 중이에요. 세 편의 영화 촬영 이후 한 1 3개월 정도 쉰 거 같아요. 현재는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X’ 촬영 중이에요. 어제도 부산에서 촬영하다가 오늘 새벽에 서울에 왔어요(웃음). 쉬는 시간은 그야 말로 재충전의 시간이었어요. 배우란 직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뭔가 다 빠져나갔다는 느낌을 받은 시간이었어요. 이젠 열심히 달려봐야죠.”
 
2001년 영화의 단역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자신의 자전적 얘기를 담은 바람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스타덤에 올랐다. 20년 가까이 배우 생활을 하면서 꽤 이름값을 높였다. 사랑하는 아내를 만났고, 아빠가 됐다. 20년 전의 정우와 그리고 지금의 정우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배우 정우. 사진/리틀빅픽처스
 
진짜 몇 년 안 지난 것 같은 데 벌써 20년이나 됐네요(웃음). 기자님이 아까 말씀해 주신 것 중에 바람에도 목욕탕에서 아버지에게 바나나 우유를 사드리는 장면이 나오는 데, 이번에도 목욕탕에서 바나나 우유를 먹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참 바나나 우유가 맛있죠. 하하하. 그냥 그렇게 바나나 우유처럼 어릴 때 먹었던 그 맛이 지금도 그대로인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이젠 좀 주변을 살펴보면서 조금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도 들고요. 하하하. 계속 그렇게 연기하면서 좋은 남편 좋은 아빠 그리고 좋은 배우가 되야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