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포스트코로나 시대 장애인 고용,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입력 : 2020-11-20 09:16:02 수정 : 2020-11-20 10:41:16
올 봄만 하더라도 비장애인도 취업하기 어려운 고용환경에서 장애인 고용은 말할 필요도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 예상과 달리 선전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취업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실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업률은 비장애인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고용의무제도의 성과이자 올해로 30년을 맞이한 장애인고용정책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한 결과로 평가한다. 우리와 같은 고용의무제도를 이미 100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독일만 봐도 그렇다. 장애인고용정책은 코로나19로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불안해진 상황에서도 장애인 고용유지 측면에서 그 진가가 발휘됐다고 한다.  
 
위기상황 속에서도 고용문제를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점은 마땅히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은 성과평가에 집중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고용의무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장애인고용정책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인에게 동등한 고용기회 제공이라는 본래적 기능을 잘 수행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강하게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 고용환경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지난 30년 동안 시행돼온 장애인고용정책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19의 장기화 그리고 이 위기상황이 극복되더라도 비대면 등 이전과는 다른 고용환경은 불가피하다. 환경이 바뀌더라도 장애인이 장애로 인한 불편함 없이 일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의 부담을 경감 시켜줘야 할 미션이 주어진 것이다.
 
현행 고용의무제도는 사회적·법률적 합의에 기반해 상시근로자 대비 일정비율을 사업주로 하여금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민간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상시근로자가 50인 이상인 기업은 상시근로자 대비 2020년 기준 3.1%를 장애인 근로자로 고용할 법적 의무가 있다. 국가 등 공공부문은 이보다 높은 장애인 고용의무률인 3.4%를 적용해 장애인 고용에 대한 더 큰 사회적 책임을 담당한다. 그리고 여기서 장애인 고용은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로서의 채용을 의미한다. 지난 30년간 장애인고용정책은 장애인의 고용을 통한 사회통합을 도모하기 고용의무제도를 통해 비장애인과 동등한 고용의 기회를 보장함과 동시에 장애인과 사업주에 대해서 다양한 고용서비스를 제공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은 사회적 합의에 기반 하여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의무가 있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이러한 사회적 협의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촉발된 급격한 외부환경 변화는 노동시장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야기했고 이를 적시에 적절히 대응해야할 정책적 과제에 직면했다. 올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근간으로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제도들이 위기상황에 대응하여 신속하게 대처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분기별로 지급되었던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월단위로 지급하는 한편 고용위기지역과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해 장애인 고용의무 미이행에 따라 부과되는 고용부담금 납부를 유예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제는 보다 장기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고용의 의미를 어떻게 볼 것이며 더 나아가 장애인의 고용을 새롭게 정의해야할 시점이다. 또한 기업의 모습과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앞으로는 더 크게 변화될 것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이행할지 그리고 정부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이 절실한 때다. 한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언택트 사회에서 생산성은 새롭게 측정될 것이며 장애로 인한 제약은 희석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비장애인의 실업률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장애인 채용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30년간 장애인고용을 이끈 현행제도는 위기상황을 맞아 그 진가를 발휘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방향 모색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기업은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책임 이행에서는 주체이면서 사업주 지원제도의 서비스 대상이다. 정부는 기업과 함께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책임의 이행 주체이면서도 장애인고용정책 시행의 주체다. 2000년대 이후 재정적 인센티브와 각종 지원책, 사회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기존 정책들만으로 새로운 환경을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실마리를 사회적 책임 이행의 당사자인 기업과 정부 간 관계 변화에서 찾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이 둘의 관계가 명령(command)과 통제(control)였다면 새로운 환경에서는 장애인 고용이라는 공동의 사회적 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관계가 돼야 한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야말로 이 과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유은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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