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르노삼성차 노조 '진퇴양난'
실적 악화에 파업 등 강경 투쟁 부담
"업황 회복기 바라보고 고통 분담해야"
입력 : 2020-10-26 06:11:02 수정 : 2020-10-26 06:11:02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글로벌 본사를 둔 완성차업체 노동조합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면 파업 등 강경투쟁을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쉽게 물러설 수도 없어서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지난 23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투쟁에 들어갔다. 파업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전반조와 후반조 근무자가 각각 하루에 4시간씩 일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본사를 둔 완성차업체 노동조합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국GM 부평공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당장 전면적인 파업은 하지 않는다"며 "임단협이나 쟁의대회에 임하는 자세가 처음부터 파업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체행동은 있을 수 있겠지만 향후 사측과의 소통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협상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한국GM 노조는 국내공장의 신차 배정이라도 협상에서 얻어내겠다는 의지다. 국내공장의 물량 배정은 노조 측 입장에서 생존 문제다. 신차가 배정되지 않으면 실질 임금이 줄어드는 수순이어서 조합원의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칫 공장 폐업으로 이어질 우려도 높아 노조 측에서 강력하게 요구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차 배정은 글로벌 본사의 결정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국GM의 미국 본사인 GM이 르노가 글로벌 전략 하에 물량 배정과 투입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여서 국내 노사 간 교섭으로 관철하기 힘든 것이다.
 
르노삼성차 노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부산공장의 비가동 기간으로 갈등하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급 동결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공장의 10월 비가동으로 심야수당, 교대 수당 등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어 비가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해달라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 역시 쟁의권 확보와 지도부 교체 건이 있지만 지속 소통한다는 방침이다.
 
예년만큼 투쟁 강도가 높지 않은 것은 업황 및 실적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지엠의 1~9월 누적 판매량은 26만8961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9% 감소했다. 르노삼성도 판매가 30% 가까이 줄었다.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를 대체할 XM3 유럽 수출 물량을 배정받았지만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상황을 낙관하기 힘들다.
 
전체적인 시장 자체가 좋지 않다.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지난해 9000만대 밑으로 떨어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 7000만대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도 이 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어려운 시국에 전면 파업을 시작한다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어 심적 부담이 큰 것 같다"며 "특근, 야근 등이 줄면서 실제 임금이 감소해도 파업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사회경제적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란 특수상황에서는 노사 모두 서로 소통하고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며 "자동차 수요회복까지 2년가량 걸릴 것이란 점을 고려해 지금은 고통을 분담하고 이때를 바라보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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