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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배터리데이 뚜껑 열어보니…"판도 바꾸기엔 역부족"(종합2)

100만마일·전고체는 언급 없어

2020-09-2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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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테슬라가 배터리 자체 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당장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를 모았던 차세대 배터리는 공개하지 않았고 여러 혁신 방안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진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오전 5시30분(한국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 주차장에서 배터리 데이 행사를 열고 "배터리 디자인과 소재, 생산 방식의 혁신을 통해 가격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생산 공정 변화를 통한 대량 생산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특허를 출원한 탭리스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를 향상하고 맥스웰의 건식 공정을 생산에 적용해 생산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연간 3T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뉴시스
 
100만마일·전고체 이야기는 '쏙'
 
'전기차 공룡' 테슬라가 배터리 자체 생산에까지 눈독을 들이면서 국내외 배터리사들은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이 때문에 배터리 데이 전부터 테슬라가 세상을 놀라게 할 성능의 배터리를 깜짝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예상보다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날 테슬라가 100만 마일(160만km) 수명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를 공개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머스크 CEO는 '배터리 데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이날 모두발언에서 재무 상황과 차량의 안정성, 자율주행 성능만을 강조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이날 공개한 차세대 배터리는 지름 46mm에 높이 80mm의 원통형 배터리로 기존 제품과 비교해 에너지를 5배 저장할 수 있고 출력은 6배 강하다. 주행거리는 16% 늘렸다는 설명이다. 테슬라 대중 모델 '모델3'의 주행거리는 350~450km 수준인데 500~600km까지 끌어올리겠단 것이다.
 
주행거리의 경우 LG화학이 내년부터 양산하는 차세대 배터리 'NCMA'와 비교해 큰 차별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NCMA 역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550~600km에 달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코발트를 아예 빼고 니켈 100% 양극재를 쓴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계획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니켈 비중을 늘리는 건 이 원료가 코발트보다 가격이 싸고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다만 코발트를 아예 빼는 건 여러모로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코발트는 출력과 함께 안정성을 높이는 소재인데 이를 완전히 빼버리면 위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거래기업 글로벌에너지메탈의 미첼 스미스 CEO도 "전기차 시장의 현재 성장세를 고려할 때 배터리에서 코발트를 완전히 빼겠다는 계획은 현실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가 23일 오전 열린 '배터리 데이'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로 소개한 원통형 배터리. 사진/생중계 화면 캡처
 
"장기 계획만 줄줄이"…LG화학 오히려 수혜
 
이번 배터리 데이에서 테슬라가 장기 계획을 주로 발표했다는 점도 내재화가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번 행사를 두고 전문 시장정보기업 벤치마크미네랄의 사이먼 무어 본부장은 "머스크가 많은 계획을 내놓긴 했는데 대부분 환상에 가득 찬 채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였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업계 시선도 차갑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데이에서 언급된 내용은 2030년까지의 장기 계획 위주"라며 "시장에서 기대했던 100만 마일 배터리는 이미 중국 SVOLT의 각형 배터리가 비슷한 스펙으로 출시했으나 가격 경쟁력이 없고, 제너럴모터스(GM)와 LG화학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차세대 배터리로 원통형 배터리를 언급하면서 파나소닉과 함께 LG화학이 오히려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는 LG화학, 파나소닉 외에 중국 CATL도 있는데 CATL은 각형 배터리가 주력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에 발표한 원통형 배터리가 테슬라의 자체 기술인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테슬라도 당분간 배터리 내재화는 힘들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CEO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배터리 대량 생산은 2022년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라며 LG화학을 비롯해 파나소닉, CATL로부터 주문을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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