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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원

수포로 돌아간 항공업 구조재편…남은건 계약금 뿐?

2020-09-16 15:28

조회수 : 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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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인수·합병(M&A) 계약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계약금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인수 기업들이 처음 계약 체결 당시에 지급한 계약금을 찾기 위해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코로나19로 사경을 해매고 있는 피인수 기업들이 계약금을 돌려줄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지급했습니다. 제주항공도 지난 3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당시 115억원을 이스타항공에 건넸죠.
 
항공사 인수·합병(M&A) 계약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계약금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이 건넨 것은 'M&A 이행보증금'입니다. 이것은 M&A에서 인수희망자가 인수 본계약까지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표시로 선지급하는 돈으로, 통상 인수자가 매각자 또는 매각 주관사에 지급합니다.
 
HDC현산과 제주항공은 아직까지 반환 소송을 접수하진 않았지만, 각각 계약금을 되찾기 위한 법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DC현산은 최근 계약금을 포기하라는 금호산업의 요구에 "절차 이행 통지에 대해 법적인 검토 이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공시했죠. 제주항공도 구체적인 법적 대응 계획은 없지만 계약금 반환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악화한 인수 대상 항공사들의 재정 상황도 문제죠. 계약금 반환 판결이 나와도 자본잠식 상태인 항공사들이 계약금을 내놓을 여력이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에 지급한 이행보증금 115억원 중 100억원은 이스타항공 운영자금으로 사용해서 현재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운항 전면 중단 조치인 '셧다운' 상태인 데다, 최근엔 제3인수자 물색 일환으로 직원 절반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도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규모는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기준 6449억원이었던 자본금이 올해 상반기 4880억원으로 급감하면서 부채비율도 2366.1%로 전년비 570%p 증가했습니다.
 
과거에 피인수 기업이 계약금 일부를 돌려받은 사례로는 한화그룹이 있습니다. 2008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하면서 소송을 통해 계약금으로 지급한 3150억원 중 1260억원을 돌려받았습니다. 당시 M&A 해지의 이유로는 금융위기로 인한 기업 상황 악화와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정밀 실사 저지 등이 있었는데, 법원은 실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무게를 두고 계약금 일부 반환 판결을 내렸었죠.
 
이렇듯 계약금 반환 문제가 법정으로 갈 경우, 불확실성은 커질 전망인데요, 법정 공방에 나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그런만큼 관계 기업들이 상호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연이은 기싸움을 벌여온 터라 쉽지는 않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지 않은 업계가 없는 만큼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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