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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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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진실이 이끄는대로…"반갑습니다. 최기철입니다."
(시론)초라한 법률과 법률가의 현실

2020-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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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최근의 상황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제정된 법률이 지켜지지도 않고 존중받지도 못한다. 법률을 제정한 입법부에서 법률을 존중하지 않는다. 행정부도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 법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법률가의 판단은 비판을 넘어 비난, 비아냥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축인 법률과 법률가가 마치 상가집 개처럼 초라한 대우를 받고 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률이 홀대받는 상황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법률가들은 더욱 마음이 아프다.
 
법률은 지고지순하지 않다. 악법도 존재한다. 하지만 현대 민주사회는 법률이 지탱하고 있다. 법률이 없으면 현대 사회는 유지되지 못한다. 악법을 거르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헌법재판소가 그 역할을 한다. 제정된 법률은 집행되어야 한다. 국민의 뜻이 정치에 반영되기 위해서도, 현대 사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도,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법률은 제정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법률이 집행조차 되지 못하는 위법상태를 목격하고 있다. 그것도 법률을 가장 중시해야 할 입법부에서 말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것은 지난 7월 15일이다. 이 법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공수처는 설립되지 않았다. 공수처가 출범하려면 공수처장이 필요한데 공수처장추천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법상태다. 법이 있으나 법이 집행되지 못하니 무법천지나 마찬가지다. 야당의 반대로 공수처장추천위원회 구성이 되지 않고 있으니 일차적인 책임은 야당에 있다. 하지만 국정운영에 책임을 지는 여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가 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2016년 9월 사임한 이후 특별감찰관은 더 이상 임명되지 않고 있다. 무려 4년 동안의 공백이다. 그렇다고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법률이 폐지되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특별감찰관법'은 여전히 유효한 법률이다. 법률은 유효한데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은 임명되고 있지 않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특별감찰관과 공수처가 서로 중복되는 면이 있지만 법률은 살아 있는 한 집행되어야 한다. 이런 불법적인 상태는 법률가를 불편하게 만든다. 
 
개별 법관을 비난하는 것도 법률가를 불편하게 한다. 이번 광화문 집회를 법관이 허가한 것에 대해 일부 정치인들이 오만이라고 비난했다. 법관의 판단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공개되어야 하고 비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비판을 하려면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19가 확산되었다고 그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해당 사건에서 가장 많은 고심을 하는 사람은 그 사건을 담당한 법관이다. 광화문 집회와 관련하여 법관은 아마 집회 시위의 자유와 전염병 예방의 필요성이라는 두 개의 가치를 심사숙고했을 것이다. 두 가치는 서로 배척되는 것이 아니다. 고민의 정도가 최소한 비난을 한 정치인보다 작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법관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은 바로 법관이 충분한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잔혹범죄, 혐오범죄에서 형이 무겁지 않은 것도 법관이 사람의 존엄성을 깊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비판을 하되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역사상 가장 논란이 큰 재판은 아마 행정수도법률 위헌결정일 것이다. 그 때 그 결정은 비판과 함께 존중을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오만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 같은 재판부가 노무현 탄핵을 기각시킨 바 있다. 하나의 판결, 결정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제도개혁을 함부로 말해서는 안된다.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이 입법부에 의해 지켜지지 않는 현실, 법관의 결정 하나하나에 비난을 가하는 현실은 법률가를 불편하게 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현대 사회의 두 기둥이라고 믿는 법률가를 불편하게 한다. 법률과 법률가가 흔들리면 법치주의가 흔들린다. 법치주의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흔들린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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