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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굵직한 세계 페스티벌은 이디오테잎을 부른다

코로나19 여파에 장기 싱글 프로젝트…9월 세 번째 앨범 ‘Sorry to Greta’

2020-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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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밴드신의 찬란한 광휘를 위해 한결같이 앨범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TV, 차트를 가득 메우는 음악 포화에 그들은 묻혀지고, 사라진다. ‘죽어버린 밴드의 시대라는 한 록 밴드 보컬의 넋두리처럼, 오늘날 한국 음악계는 실험성과 다양성이 소멸해 버린 지 오래다. ‘권익도의 밴드유랑코너에서는 이런 슬픈 상황에서도 밝게 빛나는뮤지션들을 유랑자의 마음으로 산책하듯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세계 각지 유수의 음악 페스티벌을 돌아다닌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디구루·제제(신디사이저), 디알(드럼)]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투어를 중단했다. 대신 코로나 전부터 준비하던 싱글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지난달 첫 싱글 ‘Too Old to Die Young’을 시작으로 9월까지 세 번에 걸쳐 총 5개의 곡을 발표한다. 신곡은 2017년 정규 3‘DYSTOPIAN’ 이후 3년 만. 다양한 신스음에 메탈풍 드럼을 황금 비율로 섞던 이들은 이제 무게추를 뿌리인 전자음악 쪽으로 옮겼다.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 좌측부터 디구루, 디알, 제제.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오는 99일 이디오테잎은 이번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세 번째 싱글 앨범 ‘Sorry to Greta’를 낸다. 8월까지 우주에 유성우를 쏘아올린 이들은 9월 유럽에서 뉴욕으로 넘어가는 대서양으로 직행한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태양광 요트를 타고 이 구간을 건넌 17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헌정곡. 미리 들어본 곡은 햇살을 받으며 물살을 가르는 듯한 전자음악 향연이 3분 내내 오로라처럼 반짝인다.
 
13일 오후 1서울 마포구 양화진로 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악기점 링고샵에서 밴드를 만나봤다. [821일 뉴스토마토 기사 참조(권익도의 밴드유랑)유성우처럼 쏟아지는 이디오테잎의 레트로 퓨처리즘
 
툰베리의 유엔 연설, 행보를 보고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투어 때마다 200~300kg이 넘는 장비를 화물로 싣고 탄소 배출량이 높은 비행기를 타야만 했으니까요. 저희의 미안한 감정을 담아 만든 곡입니다. 지구를 지키려는 툰베리의 뜻을 지지합니다.”(제제)
 
9월 새 앨범은 ‘Why They Hate Us’라는 곡으로 마무리된다. 서로 증오하고 미워하는 이 세상에서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짚어보자는 내용. 온갖 사회적 혐오가 넘쳐나고 코로나19로 연대가 희미해져가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아른거린다. “이번 싱글 프로젝트는 대체로 메시지가 비슷합니다. 세상에 대한 화, 분노. 그럼에도 다시 힘내보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우주적인 이번 싱글 프로젝트의 사운드에 맞춰 송예환 작가, 이강혁 작가가 비주얼 이미지를 기획, 제작했다. 초록색 눈동자로 먼 곳을 응시하는 멤버들 모습은 흡사 외계 행성에서 지구로 내려온 듯 낯선 느낌을 준다. 사진/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올해 데뷔 12년차를 맞은 밴드는 2014년부터 해마다 굵직굵직한 세계적인 무대에 서왔다.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2011), 영국 글래스톤베리(2015),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댄스 이벤트(ADE, 2018), 헝가리 시게트(2019) 등 대형 축제부터 미국과 유럽 투어를 수차례씩 오가며 한국 전자음악의 위대함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해마다 세계 곳곳 팬들과의 만남은 새로운 음악 영감이 되기도 한다. 2018년 에이드(암스테르담 댄스 이벤트)에서의 경험은 이번 싱글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록킹한 전자음악으로 슬램(사람들끼리 몸을 부딪히며 음악에 맞춰 노는 것) 하게 만드는 건 자신있어요. 근데 그 페스티벌에서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미치도록 춤추게 만들고 싶다’. 이번 싱글 프로젝트에 동기 부여가 된 셈이죠.”(제제)
 
첫 대형 페스티벌로 글래스톤베리를 밟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저희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5000여 관객이 슬램을 시작하는데 짜릿했습니다. 무대 텐트 안에 흙먼지가 가득했던 장면이 그림처럼 박제돼 있어요.”(디구루) “어릴 적부터 우드스탁에 가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없어져서 아쉽지만 평화 그 상징성이 대단했잖아요. 앞으로는 기회가 되면 남미까지 아우르는 월드투어를 꼭 해보고 싶어요.”(디알)
 
최근 해외 음악 관계자들은 지난해 시게트 페스티벌 무대를 이들의 해외 진출 변곡점으로 평가한다. 이디오테잎의 해외 공연을 맡고 있는 제롬 윌리암스 현지 에이전시 대표는 이들에 해마다 유럽에서 1위로 꼽히는 음악 페스티벌이라며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그 달콤한 꿈을 잠시 뒤로 미루고 있다.
 
우주적인 이번 싱글 프로젝트의 사운드에 맞춰 송예환 작가, 이강혁 작가가 비주얼 이미지를 기획, 제작했다. 초록색 눈동자로 먼 곳을 응시하는 멤버들 모습은 흡사 외계 행성에서 지구로 내려온 듯 낯선 느낌을 준다. 사진/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그간 가사 하나 없는 자작곡들로 밴드는 세계에 닿아왔다. 세계 각지 음악 팬들은 이들의 곡 제목과 앨범 커버, 라이브 영상만을 음악과 결합시키며 내용을 유추한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들 음악은 상상의 힘을 추동하는 매력이 있다. 이들은 다프트펑크, 케미컬브라더스 같은 세계적인 전자음악 밴드들도 점차 가사를 넣는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아예 가사가 없는 것 자체가 우리의 차별점이자 경쟁력이란 생각을 한다고 했다.
 
“10년 전에는 ‘30분 동안 전주만 하고 내려가는 팀이란 평가가 있던 것에 비하면 이제는 우리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그것이 12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며 차곡차곡 구축한 이디오테잎의 세계관이라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 양화진로 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악기점 '링고샵'에서 즉석 라이브를 선보이는 이디오테잎.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마지막으로 이번 싱글 프로젝트를 여행지에 비유해달라고 제안했다.
 
“9월 발표될 그레타를 생각하며, 대양. 대양에 홀로 떠있는 걸 생각하면 고립이기도 하고. 그 고립에서 우리 음악이 나왔고, 그게 또 모두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고.”(디구루)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어디로도 못가는... 그럼 몰디브. 해수면이 높아져서 점점 사라지고 있대.”(디알)
 
전 어릴 때부터 우주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죽기 전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가보고 싶은 미지의 영역, 우주 하겠습니다.”(제제)
 
심해는 어때. 인류는 달에는 가봤어도 바다 깊숙한 곳까지는 못 가봤대. 그 밑엔 어마어마한 세계가 있대.”(디구루)
 
잠깐, 난 우크라이나로 바꿔야 하나...”(디알)
 
하하하”(모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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