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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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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베드타운이 문제라면서 베드타운 고착화

2020-08-05 11:50

조회수 :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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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태릉골프장 전경. 사진/뉴시스


2018년 지방선거 때 지방의회 선거에 나가는 노원구 후보자들과 이야기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나온 이야기는 명료했습니다. 노원구는 주거 비중이 너무 높다. 일할 곳이 없어서 7호선 지옥철을 감수하면서 강남으로 출퇴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노원구에 산 적도 있지만 가히 아파트숲이라고 할만 합니다. 주거 전용 지역으로 체감될 뿐더러 주거에서 아파트 비중도 80%라서 더더욱 주거 도시, 아파트 도시로 느껴집니다.

지난 4일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하니 2년 전 지방선거 당시가 떠올랐습니다.

서한 내용은 태릉골프장에 주택 1만호를 짓는 정부 대책을 수정해달라는 내용입니다.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988233 


기사에도 나왔지만, 오 구청장의 요구사항은 크게 4가지입니다. 

① 1만채 같이 빽빽하게 짓지 말고 저밀도로 해달라. 임대 비중도 최대 50%가 아닌 30%로 낮춰달라. 덧붙여서 노원구민에게 일정 쿼터를 달라.
② 골프장 부지 50%를 공원으로
③ 광역 교통망을 마련해달라. 광역 도로 신설, 노원에서 강남까지 13분 이내 주파하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같은 자차 정책 필요.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에서 태릉골프장까지 지선을 연결하거나 트램 운영, 동북선 면목선 연장, 노원에서 강남까지 8분 이내 주파할 GTX-C 노선 조기착공, 수서에서 의정부까지의 KTX 연장도 촉구
④ 육사 이전 시 빅데이터 및 AI 산업 생태계 구축

개인적으로 재밌는 점은 저 요구들의 전제가 요구사항과 어긋나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 구청장은 정부 정책이 노원구의 베드타운화를 심화시킨다면서 위의 4가지를 대책으로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위의 대책 중 ①②③은 베드타운 해소 대책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고착화시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구민이 참여할 일자리를 만드는 대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③은 기존에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노원구민이 더더욱 강남으로 통근을 잘하게 해달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나마 ④가 구민의 자족이 가능한 일자리 대책이지만 문제가 여러가지 있습니다.

우선 ④는 정부가 당장 추진하는 태릉골프장 대책이 아니라, 이미 무산된 육사 이전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까 오 구청장은 일자리를 당장 현실이 될 태릉골프장이 아니라, 언제 마련될지도 모르는 육사 부지에 만들겠다고 한 것입니다. 즉, 베드타운을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도 베드타운 해소가 후순위라고 스스로 밝힌 셈이죠.

그리고 오 구청장은 ④를 명시함으로써 노원구가 취할 수 있는 논리를 매우 좁혀버렸습니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도 베드타운 해결책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노원구가 내세울 반박 논리가 있기는 합니다.
우선, 태릉골프장은 상대적으로 외진 위치에 있습니다. 외진 곳에 자족 시설을 만들거나 유치한다고 해서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노원구는 창동지하철차량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을 이전시켜 자족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논리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 구청장이 ④를 이야기하면서 반박 논리가 약해집니다. 육사는 태릉골프장에 붙어있기 때문에 똑같이 외진 곳인데 왜 산업 생태계를 거론했느냐고 재반박하면 됩니다. 그리고 기존 자족 시설 조성 정책이 충분했으면 왜 산업 생태계를 추가로 언급하느냐고 재반박이 가능합니다.


내 지역에서 내가 일하고 싶다는 주민들이 있는데, 당국자들이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이번 정부 대책에 꼭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더라도 자족 시설 조성이 뒤따랐으면 합니다.

 
  • 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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