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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금융위기 보다 낮은 인상률…코로나19 충격파 반영

노동계 "한국 최저임금 사망 선고" vs "최소 동결 했어야"

2020-07-14 17:14

조회수 :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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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주아·김하늬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1.5%로 역대 최저 수준에서 결정됐다는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심각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거리두기 완화 등에 따라 최근 실물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세계적인 2차 재확산 우려 등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더딜 것이라는 우려에 노동자의 소득개선보다는 고용유지에 초점을 둔 것이다. 다만 표결에 노동자 위원이 불참하면서 노동계 집단 반발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2021년 적용 최저임금 수준을 공익위원 단일안인 시급 87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시급 8590원에 비해 130원(1.5%) 오른 것으로, 월 단위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으로 올해 대비 2만7170원 인상된 수준이다.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인상률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제시한 것은 코로나19 경제 충격 여파를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역대 인상률이 가장 낮았던 때는 외환위기 이후인 지난 1999년 2.7%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에는 2.75% 인상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난 2018년 16.4%, 2019년 10.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다만 경기 흐름에 따른 속도 조절에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올해는 2.87%로 인상률을 대폭 낮춘 바 있다. 
 
 
 
즉 앞선 두 차례 위기보다 현재의 위험이 훨씬 더 크고 강력하다는 판단이 전제된 것이다.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전망치를 두 달 만에 1.9%포인트나 끌어내려 -4.9%로 전망했다. 현재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위기, 불확실한 회복" 상황으로 평가하고 경기 회복은 이전 예상보다 더 점진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최저임금 가결 이후 “올해는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지난해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노동시장과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적 우선순위에 놓아야겠다고 판단했다”며 “마지막에 근로자 위원들과 소상공인 위원들이 퇴장해 아쉽지만 국가적으로 극복해야 할 위기상황에서 노·사·공익 위원들이 지혜를 모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공익위원이 제시한 1.5% 인상률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0.1%와 소비자물가상승률 0.4%, 그리고 생계비 개선분 1.0%를 합산해 나온 결과다.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은 내수는 물론 수출, 고용까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만큼 근로자의 소득 개선보다는 사업주의 부담 경감을 통한 고용유지가 훨씬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 더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이번에 의결된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최소 93만에서 최대 408만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영향률은 5.7%~19.8%로 추정된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과를 두고 노사와 각 단체들간 입장은 제각각이었다. 
 
노동계는 공익위원안의 1.5%의 근거는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봤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공익위원안은 최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며 공익위원 스스로 대한민국 최저임금의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때도, 2009년 금융위기 때도 참담한 최저임금안이 나온 사례가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에 비해 1.5% 인상은 역대 ‘최저’가 아니라 역대 ‘최악’의 수치라는 것이다.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원은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라며 "노동자 1인 가구 실태 생계비가 225만원인데 민주노총의 1만원 요구는 터무니 없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최소 동결됐어야 했지만 수긍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경제 여건을 놓고 보면 최소한 동결해야 했지만 절차대로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안을 존중한다"면서 "앞으로 최저임금위원회 운영 방향이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 수치를 정부와 공익위원이 책임지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업계가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일자리 지키기 차원에서 최소한 동결을 간곡히 호소했지만 8720원으로 인상 결정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면서도 "최저임금법을 준수하고 고용유지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보완조치로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 확대 등을 요청했다.
 
반면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편의점을 비롯한 영세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편의점주협의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를 낭떠러지로 떠미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일 4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각각 1만원(16.4% 인상)과 8410원(2.1% 삭감)을 제시하며 현격한 입장 차이를 드러낸 바 있다.  
 
세종=백주아·김하늬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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