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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의 눈)검찰총장 거취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2020-07-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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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이 공모했다는 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과 관련한 대검찰청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로 중단됐다. 수사자문단 소집에 대해 "결단하겠다"던 공언은 하루 만에 법무부 장관의 서명이 기재된 3장의 지휘서로 검찰총장에게 전달되면서 서초동은 물론 온 사회가 떠들썩해졌다.
 
이 같은 수사 지휘권 발동은 그 적절성을 두고 치열한 논쟁과 함께 '역대 두 번째'란 수식어를 달고 무려 15년 전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소환하면서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도 여론에 오르내리는 상황까지 몰고 왔다. 
 
당시 검찰총장은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면서도 대검 대변인을 통해 반발 의사를 밝히면서 취임 반년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휘대로 불구속수사를 받은 해당 사건의 대학 교수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굳이 과거의 사례를 반추해 볼 것 없이 이번 사건은 검찰총장의 거취가 본질이 아니다. 검찰과 언론이 함께 수감 중인 재소자를 강요했다가 미수로 그쳤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 본질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수사와는 별개의 절차에서 논란이 일었고, 이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도록 한 조처가 이뤄진 것이다. 
 
현재 검찰과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을 고려할 때 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신뢰는 어떤가. 직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수사가 빌미가 돼 스스로 원하지 않는 '정치적'인 인물이 된 것은 아닌가. 그래서 이제는 자신을 임명한 정권에 소외돼 현시점에서 이렇다 할 대선 후보가 없는 제1야당의 비호를 받는 것은 아닌가.
 
검찰총장의 거취와는 상관없이 이번 수사는 실체적 진실이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 검찰 조직은 계속해서 운영돼야 하고, 검사가 대상이 된 이번 수사는 절차대로 진행된 후 결론을 내려야만 한다. 
 
이 사건으로 고발된 검사장은 감찰의 대상이 됐고, 기자는 회사에서 해고의 징계를 받았다. 해당 검사장이 검찰총장의 측근이라고 알려진 것을 차치하더라도 이 사건의 실체는 당사자 개인을 위해서라도 밝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스스로 '헌법주의자'라고 말하는 검찰총장이 추구해야 할 대상이 아닐까.
 
정해훈 법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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