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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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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이젠 일본과 특허분쟁, 예산·정책 뒷받침돼야"

<뉴스토마토>인터뷰, 삼성전자 최초 고졸 출신 임원

2020-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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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제는 일본과의 특허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일본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1대 국회에서 입법과 예산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게 양 의원의 각오다.
 
양 의원은 5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는 당과 정부, 국민이 하나가 되어 위기를 기회로 바꿨지만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특히 특허분쟁이 이제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특허 분쟁에 휘말리면 쓰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대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양 의원은 "국회에서 예산과 정책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일본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OLED 원천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허에도 공격특허, 수비특허가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전반적이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런 특허의 성격을 디테일하게 구분하는 작업에 지금 당장 돌입해야하는데 공무원만으로는 안 된다. 민간과 협업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 소부장특위의 신속한 가동도 촉구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계기로 기술혁신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과학기술부총리 부활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양 의원은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한 뒤 설계팀 책임연구원, 수석연구원, 부장 등을 거쳐 2014년 상무로 승진하는 등 입지전적 인물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사태 때에는 민주당 일본경제침략 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과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자신의 전문 능력을 발휘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이제는 일본과의 특허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의원실 제공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정부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당과 정부, 국민이 하나가 되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고 할 수 있다. 실제 타격은 일본이 더 크게 받았다는 것이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슬기롭게 잘 대처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께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중요성, 우리 반도체 패권의 힘을 알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다만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여전히 플루오린 플루오미드, 극자외선포토레지스트 등의 의존도는 매우 높다. 아울러 또 다른 영역으로 기술 영역으로 규제를 하겠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소부장에서도 장비가 제일 문제로 이에 대한 대응도 준비해야 한다.
 
특히 특허분쟁이 이제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소부장 자립화 과정은 즉 우리가 후발주자라는 것을 뜻한다. 후발주자로 기술을 개발하다보니 일본의 원천 특허에 걸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질 것이다.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특허분쟁에 휘말리면 쓰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대비가 시급하다. 예산과 정책으로 뒷받침 해야 한다.
 
우리 기업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분야, 특히 반도체 기술 발전을 평가하자면.
 
반도체의 경우 여전히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과 같은 후발 국가들의 추격이 매우 빠르다. 세계 1위를 계속 지키기 위해선 대규모의 투자, 특히 기술을 만들 사람에 대한 투자가 제일 중요하다. 결국은 기술자들을 만들고 지켜내야 하는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중국이 우리 인재들을 흡수해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다행히 수출 규제와 코로나19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전에 없이 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릴 좋은 기회가 왔다. 미래를 위해 지금 전문가들을 키워야 하고, 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 줘야 한다. 이것을 현재 대기업이 위주로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산·학·관·연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수십 년 걸릴 일이지만 국가가 중요성을 인지하고, 투자를 유치·독려하는 일에 적극나서면 기술 개발 기간을 일거에 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일본 경제침략으로 우리의 소부장 산업에 대한 위기의식과 긴장감이 생기면서 오랜 시간 지지부진 했던 소부장 기술 개발도 가속도가 붙었고 예산도 많이 투입될 수 있었다.
 
실제 불화수소는 국산화 가능성 높았던 소재인데 경제침략을 계기로 위기가 기회로 바뀐 대표적인 케이스다. 아직도 소부장 취약 부분 많고, 언제 어느 시점에 소부장 강대국들이 공격해올지 모르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새로운 기술 개발 구조를 만들어주는 게 소부장 시즌2의 목표가 돼야 하고 시급히 소부장 특위도 더 본격적으로 가동돼야 한다.
 
일본은 추가 보복조치를 전망하자면.
 
이제는 지적재산권(IP) 분쟁, 특허 전쟁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소부장 성과 있었던 건 분명한 사실이나 이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들에 대한 일본의 특허권 줄소송 이어질 것이다. 후발주자는 앞선 기술을 따라가면 모든 문제가 지적재산권, 즉 IP 침해에 거의 다 걸린다.
 
패스트팔로어(새로운 제품·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것) 전략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으로 결국은 퍼스트 무버(시장 최초 진출 기업)가 돼서 원천 기술을 지적재산화 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 얼마 전 일본 JOLED가 우리 OLED 원천기술(OLED 패널의 회로구조 및 구동기술)에 대한 무더기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건 우리 중소형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산업을 통째로 노린 것으로 자칫 기술을 만들어 놓고 뺏기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원천기술에 대해 특허권 전쟁이 앞으로 소부장 전쟁의 큰 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대응책은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나.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 내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특허 분쟁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략이나 대비 부족하다. 미·중 무역갈등과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블록화로 기술보호 기조는 더 강해질 것이고, 특허전쟁은 더 격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이야 자금력이 있어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특허권 하나 얻는 비용도 매우 부담이기 때문에 실제 스타트업의 절반 가까이가 IP와 관련한 업무에 소홀하다.
 
앞에서 말씀드린 JOLED의 경우 중국 회사로부터 2300억원의 투자를 유친하지 4일만에 특허권 소송을 제기했다. 즉, 일본뿐만 아닌 전 세계가 특허 전쟁에 돌입한 것으로 우리도 이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얼마전 예결위에서도 국무총리와 특허청장에게 이에 대한 전략이 있는지 여쭤봤지만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특허에도 공격특허, 수비특허가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전반적이 연구가 선행돼야 수출 규제 상황에서 어떤 특허는 공격용으로, 어떤 특허는 수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따라잡은 기술로는 기존 소부장 산업을 보호하고, 새로 만든 기술로는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이런 특허의 성격을 디테일하게 구분하는 작업에 지금 당장 돌입해야 하는데 공무원만으로는 안 된다. 민간과 협업이 돼야 기술을 발굴하고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부총리 부활을 주장했는데.
 
포스트 코로나에서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은 디지털 포용 국가, 디지털 포용 국가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께서 만든 전자정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자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복지도 결국 과학과 기술의 영역, 인공지능(AI)를 통한 사회적 돌봄 시스템,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교육 체계, 대학을 직접 가지 않아도 어떤 고급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 등 모든 것이 기술이다.
 
기술 패권은 혁신이 지속적으로 담보될 때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과학이 살길이고, 인재만이 답이다. 과학과 기술로 보국하는 것에서 복지를 하는 수준의 과학기술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과학·기술 생태계 자체를 바꿔야 하고, 어느 때보다 깊은 전문성과 높은 책임감에 바탕을 둔 정책 개발과 집행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분야에 밀도 높게 힘을 쏟으려면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 과학기술부총리의 3부총리 체제로 만들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끔 재조직 돼야 하는 것이다.
 
3부총리 체제는 노무현정부에서 이미 전례가 있었고, 실제 글로벌 과학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이 이 시기에 크게 성장했다. 아울러 미래 전쟁은 기술 전쟁이 될 것이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했던 건 시스템 반도체와 같은 우리의 미래 반도체 산업을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기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인류 역사의 교훈이다. 농업혁명 때는 철기 기술이, 산업 혁명 때는 항해술과 증기 기관 기술이, 디지털 혁명 때는 반도체 기술에서 패권을 쥔 나라가 세계를 재패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재패할 선도 국가가 되기 위해선 과기부총리가 중심을 잡고 미래차, AI, 바이오 등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우후죽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임형규 전 삼성전자 신사업팀장 사장이 글로벌 산업지형과 한국의 기회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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