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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 "총장 지휘 배제, 검찰청법 위반" 반발

"법상 최종 수사지휘권자는 총장, 보고만 받으라는 건 독립성 침해"

2020-07-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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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정해훈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내린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사퇴 종용'의 성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두번째 지휘사항에서 윤 총장까지 수사 지휘라인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이날 발송한 '채널A 관련 강요미수 사건 지휘' 서신 2항에서 "본 사건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현직 검사장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함"이라고 명시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지휘라인에서 윤 총장을 배제한 것이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에 '진행 중인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라'고 수사를 지휘한 가운데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으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 내부가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사실상 윤 총장의 사퇴로 받아들이는 배경에는 '총장 길들이기'를 위해 위법한 지시까지 내려 검찰의 수사상 독립을 직접 침해했다는 분석이 깔려있다. 
 
재경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중견 검사는 "검찰청법상 최종 수사지휘권은 검찰총장에게 있다"면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역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했을 뿐이지 검찰총장을 지휘권을 빼앗을 권한을 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검사는 "그렇다면 이는 장관이 직접 수사에 개입해 검찰의 수사상 독립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경지역의 또 다른 중견 검사는 "윤 총장이 전문자문수사자문단 소집이라는 정책 결정에 실수가 있었다고 보이지만, 장관 역시 본인이나 여권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위법적인 지시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검사는 "이런 상황에서 당장 윤 총장으로서는 장관의 수사지휘가 현행법 위반이라는 점에서 수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 할 것"이라며 "장관의 수사지휘 의도는 결국 윤 총장에게 사퇴하라는 압박을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검찰청 감찰2과장을 역임한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도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지휘내용 중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하는 내용에 대하여, 과연 이러한 지휘가 법률상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부장검사는 이와 함게 "총장의 수사지휘권 배제를 지휘하신다면 당연히 현 수사팀의 불공정 편파우려를 막기 위해 현 수사팀이 아닌 다른 수사팀, 즉 불공정 편파 시비를 받지 않고 있는 수사팀에게 수사토록 지휘하셔야 된다"며 "장관님의 지휘가 자칫하면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에게 매우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외 다른 상당수 검사들도 추 장관의 수사권 지휘에 같은 점을 지적했다. 다만, 윤 총장이 정한 지침을 따르겠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뒤 긴급히 대검 간부회의를 소집해 대책마련을 위한 마라톤 회의에 들어갔다. 회의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수용과 이행, 검찰 내부 조직에 대한 수습방안에 관한 사항이 중점 논의됐다. 윤 총장은 본인의 거취를 암시할 만한 발언이나 행동은 일절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기철·정해훈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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