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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공수처, 내부 수사부·공소부 기능 분리해야"

공수처 설립준비단 주최 공청외서 의견 제시

2020-06-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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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이 다음 달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공수처 내부에서도 수사와 기소의 기능을 분리하고, 과거 검찰과 달리 인권을 보장하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공수처 설립준비단이 25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 방향'이란 공청회에서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출범에 대해 "기소독점주의 패러다임에서 기소다원주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영국은 경찰, 공소청, 중대부정수사처 등의 사정기관이 수사와 기소의 권한을 분점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러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 수평적 상호 견제의 원리는 검찰과 경찰, 검찰과 공수처 사이와 같이 외부적 상호 간의 운영 원리일 뿐만 아니라 공수처 내부에서도 필요한 원리가 된다"고 말했다.
 
또 공수처법에 따른 구조안에서 공수처가 수사부와 공판부로 나뉘고, 이중 수사부가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것에 대해 "검찰을 답습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내부 부서는 수사부와 공소부로 나누고, 수사부에는 기소에는 관여하지 않는 수사관과 그 부서장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 수사부가 아닌 공소부에 영장검사를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공수처법의 통과 자체가 일부 야당과 기득권층의 거센 반발을 극복하면서 이뤄져야 했기에 세밀한 부분에는 미처 신경을 쓸 여지가 없었다"며 "이제 공수처 규칙의 제정을 앞두고 있으므로 가능한 범위에서 공수처 규칙에 반영하고, 필요하다면 공수처법의 재개정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공수처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해 공수처장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야당 추천 인사는 사실상 공수처장 후보에 대해 비토권을 갖게 되므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사람이 공수처장이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췄음에도 현행 공수처법에 의하면 공수처의 의사결정은 처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피라미드식 단일기관"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운영위원회 △수사이의심의위원회 등 외부 협의체를 제안했다. 한 교수는 "공수처장 개인에게 절대적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와 외부의 전문가가 합심해 합의체, 협의체적으로 집단지성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공수처가 실체 규명과 인권 보장의 조화를 이루는 수사 체계 구축에 성공해 검찰이나 경찰에 모델이 돼 우리나라 형사 절차의 선진화를 선도하면서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한 법치주의 실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공수처는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 법률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사기관에서는 다소 소홀히 했던 진술거부권 등 피의자의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는 인권 친화적 수사를 거쳐 범죄 혐의 유무를 밝혀내야 한다"며 "또 기소 후에는 피고인과 공수처 검사는 대등한 당사자란 인식을 하고 공판에서 철저한 당사자주의 절차를 통해 유죄 판결을 끌어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처음부터 너무 성과, 특히 구속기소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며 "공수처 출범 자체로 고위공직자에 대한 위하(겁주기)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고위공직자 범죄가 줄어들 수 있는데, 언론 등도 초기에 공수처의 수사 성과가 없다는 섣부른 판단은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기존 검찰 수사 관행을 비판하면서 공수처의 성공적인 안착과 함께 민주적 통제 시스템과 인권 친화적 수사 방식을 강조했다.
 
이날 축사에서 추미애 장관은 "고위공직자일수록 법률 잣대가 올바로 겨누지를 못했고, 검찰이 선택적으로 수사하거나 수사가 묻히는 등 그릇된 방향으로 왜곡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며 "경우에 따라 '정권 봐주기', '정권 코드 수사', 또는 검찰 스스로 정치를 하는 등 과연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됨을 깨고 바름을 세운다는 올바른 검찰권을 행사했나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이제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다"며 "공수처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야말로 개혁의 신호탄이란 국민의 염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에서 공직자의 범죄를 봐주지 않고, 골라내지 않고 일벌백계하는 차원에서 범죄 주체가 됐을 때 제대로 부패의 환부를 도려내 공수처에서의 수사가 여러 수사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공수처의 권한에 걸맞도록 운영 과정에서도 국민의 민주적 통제시스템이 구현돼야 하고, 인권 친화적 수사 방식이 고민돼야 한다"며 "겸청즉명(兼聽卽明), 많이 들으면 현명해진다고 했다"며 "공수처에 부여한 권한이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중심으로 올바르게 행사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준비단 주최 대국민 공청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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