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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Re-News)성소수자들의 간절한 외침..'스톤월 항쟁'(영상)

2020-06-28 00:00

조회수 : 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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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로운 소식이 수천 건씩 쏟아지는 ‘뉴스의 시대’, 이제는 ‘구문(舊聞)’이 된 어제의 신문(新聞)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기록해보고자 준비했습니다.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해마다 이맘 때면 여러 논란 속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는 축제가 있죠, 바로 성소수자 행사인 '퀴어문화축제'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곳곳에서 퍼레이드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데요. 한국의 경우도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20회 축제를 개최했지만, 올해는 일단 행사를 취소한 상황입니다.
 
거리로 나온 성소수자들. 이제는 세계적 행사가 된 퀴어 축제의 시작은 1969년 6월 28일의 미국 뉴욕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에서 동성애가 불법이자, 공식적인 '정신 질환'으로 여겨지던 1960년대. 특히 뉴욕 시는 세계박람회 개최를 준비하면서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바에 주류 판매 허가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경찰이 급습해 '남자가 남자 옷을 입지 않았다', '여자가 여자 옷을 입지 않았다' 는 등의 이유로 사람들을 체포하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많은 바가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뉴욕 경찰은 1969년 6월 28일 '스톤월 인'이란 바를 급습해 역시나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체포했습니다. 그러나 자유에 억눌려 있던 사람들의 대응방식은 이번엔 달랐습니다. 6일간 시위가 이어지며 공권력과 억압에 대항한 항쟁이 일어난 겁니다. 이 사건은 뉴욕 데일리 뉴스 1면에서 다뤄졌고, 뉴욕타임스와 뉴욕포스트도 항쟁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스톤월 항쟁 이후 운동가들은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톤월 항쟁 시기 미국 내 성소수자 그룹은 50~60개에 불과했지만, 이듬해엔 1500개, 그 다음 해엔 25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연대의 와중에 스톤월 항쟁 1주년이 되는 1970년 6월28일, 뉴욕은 물론 LA와 시카고에서 최초의 퀴어 퍼레이드인 '자긍심 행진'이 열립니다. 이후 연례행사가 된 퀴어 퍼레이드는 워싱턴, 마이애미,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등으로 확산했고, 캐나다와 호주,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도 성소수자 단체가 조직됐습니다. 영국에서는 1972년 6월 '게이 뉴스'라는 신문이 발간되기도 했고요.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었던 성소수자들의 간절한 외침은 그렇게 연례 행사가 돼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가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스톤월 항쟁을 얘기할 때 마샤 존슨이란 인물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흑인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스톤월 항쟁 당시 그 곳에 있었고, 퀴어 인권운동을 해온 인물입니다. 그는 1992년 7월 퀴어퍼레이드가 끝나고 만 46세의 나이로 의문사했는데, 당시 경찰이 제대로 된 수사 없이 자살로 종결하자 오히려 타살을 당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돼왔고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미국 땅에서 흑인이면서 동시에 트랜스젠더였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투쟁적인 삶을 살았을지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합니다. 상대적으로 아웃팅이 자유로워진 지금의 미국에서도 트랜스젠더들은 매년 10~20명씩 살해를 당하고, 대부분은 흑인 트랜스젠더 여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 올해 미국 퀴어 단체들은 조지 플로이드가 대낮에 백인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목이 눌려 살해당한 사건 이후 다시 촉발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BLM)' 운동에 연대하고 있습니다. 퀴어 운동의 본질엔 억압받는 존재의 인권에 대한 간절한 외침이 있기 때문이죠.    
 
미국의 사정도 이럴진대, 한국은 어떨까요? 지난 달 초 이태원발 코로나19 감염 확산 당시 한 기독교 언론이 기사 제목에 그냥 이태원 클럽이라고 지칭할 수도 있는 걸 '게이바'라고 명시하면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확진자 동선 공개와 함께 '블랙수면방' 같은 장소가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성소수자들이 집단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외신들은 특히 한국에서 성 소수자들이 받는 차별에 주목하기도 했는데요. 이와 관련한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은 "민주주의에서 차별은 기본 인권 가치에 반하기 때문에 용납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성 소수자 권리에 대해 이렇다 할 합의점을 갖고 있지 않아 변화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강 장관의 답변처럼 민주주의에서 흑인이나 성 소수자는 물론 그 어떤 의미에서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기본 인권 가치에 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법칙이 다수결의 원칙에 있기도 하지만, 이때의 다수결 원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수가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소수의 주장이 자유롭게 표명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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