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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퇴 압박', 검찰 결속력 오히려 강화

추 장관 지휘·감독권 발동이어 여권 압박…검 "어제 오늘 일이냐, 사퇴 가능성 1도 없어"

2020-06-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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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공판 위증 종용 의혹' 사태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문제로까지 번졌다. 그러나 여권의 전방위적인 '자진사퇴 압박'이 오히려 윤 총장은 물론, 윤 총장을 중심으로한 검찰 내부 결속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21일 대검찰청 수뇌부 등 고위 검찰 간부들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난 주 본격화된 여권의 사퇴압박이 이어졌지만 주말 동안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대검 관계자는 "주말 동안 검사장급 등 대검 참모들의 회의 소집이나 회동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검 간부들을 비롯한 검찰 내부 역시 같은 입장으로, 여권의 압박에 오히려 결속력이 더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감지됐다. 한 대검 수뇌부 인사는 말을 아끼면서도 "법에 임기를 정해놨으면 그대로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며 윤 총장 거취 논란을 일축했다.
 
검사장급의 한 고위 간부도 "내가 아는 한 윤 총장이 임기 중간에 사퇴하는 일은 1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런 것(사퇴 압박)이 어제 오늘 일이냐. 임기가 정해져 있는 총장을 끌어내리는 것이 과연 (여권이나 정부에) 도움이 되겠느냐"고도 했다.    
 
또 다른 검사장급 인사는 "검찰총장이라는 자리가 개인적 판단으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역으로 말하면, 개인적 입장만을 이유로 사퇴를 결정할만 한 인사는 검찰총장이 될 수 없다"며 "전임인 문무일 총장도 패스트트랙 통과 직후 사퇴를 고려했지만 수뇌부와 측근들이 설득해 막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의 이런 움직임은 7월 예정인 하반기 검찰 정기인사와도 연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윤석열 라인'에 대한 법무부의 '2차 정리작업'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총장의 '사퇴 논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 대한 비리 의혹 수사 때부터 본격화 됐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할 즈음에는 '동반 사퇴설'도 유력하게 제기됐지만 윤 총장은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이번 '한 전 총리 공판 사건'과 맞물려 제기되는 거취 문제가 간단치 않아 보이는 것은 기존과는 진행 각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윤 총장과 각을 세워온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 진행하던 진상조사 중 중요 참고인인 한모씨에 대한 조사를 대검 감찰부에서 담당하라고 공개 지시했다. 사실상 검찰청법 8조에 규정한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이다.
 
추 장관 지시 다음날인 19일, 여권 지도부에서는 윤 총장를 겨냥해 공개적인 자진사퇴 압박이 나왔다. 이날 오전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 등에서 "제가 윤석열이라면 벌써 그만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갈등이 일어나면 물러나는 게 상책"이라며 "적어도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라면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20일에는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냈던 우희종 서울대 교수도 자신의 SNS를 통해 "(윤 총장이) 눈치가 없는 것인지, 불필요한 자존심인지 내겐 뻔한 상황인데, 윤석열 씨는 갈수록 더 하다"며 “(이러니) 이런저런 계산하는 정치인들조차 이제는 그만 하시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듯하다"고 보탰다.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은 15년 전 발동된 예가 있었다. 법무검찰 역사상 유일무이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10월12일,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은 인터넷에 "한국전쟁은 북한의 통일전쟁"이라는 주장의 글을 올린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의견을 반려하고 지휘권을 발동, 불구속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 장관의 지휘·감독권 발동 즉시 대검 긴급간부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후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간 김 총장은 천 장관의 뜻을 수용한 뒤 같은 달 15일 사퇴했다. 천 장관의 지휘·감독권이 발동된 지 사흘만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월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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