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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기자의 '눈')한국닛산 폭풍할인의 명과 암

2020-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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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닛산은 지난달 28일, 올해 12월말 부로 한국시장에서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를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닛산은 입장문에서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내외적인 사업환경 변화로 인해 국내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한국시장에서 다시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밝혔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이같은 결과가 나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닛산은 지난해 6월 말, 주력모델 알티마의 6세대 풀체인지 모델인 신형 알티마를 7월16일 출시한다고 공지했다. 의욕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당시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움직임으로 양국 간 관계가 악화되면서 출시행사는 취소됐고 도약의 기회를 잃었다.
 
토요타, 렉서스 등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업체와 달리 닛산은 불매운동 여파에 큰 타격을 받으면서 결국 철수 결정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동안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던 한국닛산이 최근 큰 관심을 받았다. 알티마는 트림에 따라 1000만~1350만원, 맥시마는 1450만원을 인하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신형 알티마 2.5 스마트의 가격은 2910만원으로 현대자동차 ‘쏘나타’, 기아자동차 ‘K5’와 비슷했다. 하지만 1000만원을 할인한 결과 고객들은 준중형 세단인 현대차 ‘아반떼’를 구입할 수 있는 금액으로 중형 세단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8월에는 한 달 판매가 58대에 그쳤던 한국닛산은 프로모션을 시작하자마자 알티마와 맥시마의 재고 물량을 완판했다. 아우디가 지난 2018년 하반기, ‘A3’ 3000대를 40% 할인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란이 일어났던 사건이 연상되기도 한다. 고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닛산 차량을 구매하고, 한국닛산은 원활하게 재고를 털어내 윈-윈으로 보인다. 
 
하지만 폭풍할인 이면에는 변수가 남아있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다. 우선 애프터서비스(A/S) 문제가 거론된다. 한국닛산은 2028년까지 8년간 A/S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철수 이후 A/S 품질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과거 사브, 스바루, 미쓰비시 등 한국 시장에서 먼저 철수했던 업체들의 경우를 봐도 시간이 흐를수록 서비스의 질은 낮아졌다. 게다가 중고차 시세에는 이미 할인된 가격이 반영된 상태다. 
 
한국닛산의 폭풍할인은 일부 고객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다만 향후 리콜이나 A/S, 부품수급 등 부정적인 결과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김재홍 산업1부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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