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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채널A, '신라젠 취재' 검사장 대화 실재 추정 결론

"기자들간 통화내용 확인…해당기자 휴대전화 데이터 등 삭제"

2020-05-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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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채널A가 '검언유착 의혹'이 제기된 자사 법조팀 이 모 기자의 '신라젠 취재 건'과 관련해, 주요 쟁점 상당 부분이 이 기자가 조작한 것이라고 결론냈다. 다만,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과 이 기자가 '신라젠 취재 건'과 관련해 나눈 대화내용은 사실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채널A는 25일 53페이지 분량의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채널A는 김차수 대표이사 전무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이 기자와 백 모 기자 등 핵심 당사자를 상대로 한달 넘게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이 기자 등이 소속된 채널A 법조팀 팀장과 사회부장, 부본부장 등 윗선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25일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가 공개한 조사결과 보고서 중 일부 캡처. 사진/채널A
 
이 기자는 조사에서 이철 전 배스트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측근인 지모씨와의 만남 중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타깃으로 한 이유에 대해 "이미 수많은 기사가 나왔고, 이걸로 가장 딜을 쳐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또 "나중에 지씨도 유시민을 먼저 엄청 많이 물어봤다. '기자님이나 검찰도 유시민 치려고 하죠'라고 해서 어느정도 컨센서스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유 이사장의 연루 여부를 파악하라는 상급자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했지만 이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지씨와의 첫 만남에서 윤 총장의 측근 검사장과의 통화녹음을 들려주겠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주겠다는 생각은 전혀 아니었고, '나 이정도로 취재가 되는 사람이다'라는 걸 일반적인 대화로, 이런 식으로 강조해줄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에 한 번 던져본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조사위는 그러나 윤 총장의 핵심 검사장과 이 기자가 실제로 신라젠 사건과 관련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를 공개했다. 3월22일 지씨와의 3차 만남 전 이 기자와 백 기자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조사위가 공개한 3월20일 통화 내용을 보면 이 기자는 "내가 ㅁㅁㅁ한테는 아예 얘기를 해놨어. '어떻게 돼가요' XX게 묻는 거야 그래서 'XXX이 자꾸 검찰하고 다리 놔달라고 한다고. 딜 칠라고' 그랬더니 '그래 그러면 내가 놔줄게' 그러는 거야 갑자기. '내가 직접 아니다, 나보다는 OO(조직명)이 하는 게 낫겠다. 내가 D(수사기관 관계자) 이를 내가 직접…' 막 이러는 거야"라고 말했다. 비슷한 취지로 백 기자와 통화한 내용이 또 있다.
 
그러나 조사위는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인 녹음파일에 대한 존재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조사위는 "이 기자로부터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PC 1대를 제출받았지만 휴대전화는 모두 초기화 됐고, 노트북PC도 포맷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외부기관에 휴대전화와 노트북PC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했으나 복구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기자 측은 채널A의 진상조사가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며 휴대전화와 노트북PC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인은 이날 "조사위 측이 이 기자의 휴대전화 2대를 본인에 대한 설명 없이 검찰에 넘겼다"면서 "이는 압수수색의 유효기간·장소 등을 위반한 불법임이 법리적으로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열쇠인 '녹음파일' 존재 여부와 내용은 결국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채널A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이 기자의 휴대전화 등 관련자들의 증거물을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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