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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공유지 독점, 방해금지·배제 청구만 인정"…판례 변경

"토지인도 청구, 기존 위법 상태 다시 초래…방해금지 등 청구로 충분히 목적 달성"

2020-05-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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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토지에 대한 공유지분권자 중 소수지분권자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공유토지 전부를 독점한 경우 다른 지분권자는 공유토지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1일 A씨가 "합의 없이 소나무를 심어 불법 점유한 공유토지를 소나무를 제거한 상태에서 인도하고 불법 점유기간 취득한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한 원심 중 공유토지 인도 부분만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공유물 전부에 대한 방해배제와 함께 공유물인도 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법률적 상황에 비춰봤을 때 지나치게 과도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게 판결 취지이다. 이번 판결로 점유 방해금지·방해배제 청구권과 함께 토지인도청구권을 인정해 온 대법원 판례는 모두 변경됐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판부는 "민법 265조 단서가 공유자 각자에 대해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보존행위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공유물의 멸실·훼손을 방지하고 그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보존행위가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공유물 인도를 청구하는 것은 공유자인 피고의 이해와 충돌해 모든 공유자에게 이익이 되는 보존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민법 263조에 따르면 피고가 공유물을 독점하는 것은 위법하지만, 피고는 적어도 자신의 지분 범위에서는 공유물을 사용·수익할 권한이 있다"면서 "원고의 인도 청구를 허용하면, 피고의 점유를 전부 빼앗아 피고의 ‘지분 비율에 따른 사용·수익권’까지 근거 없이 박탈하게 돼 결국 기존의 위법한 상태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유자는 당연히 공유물을 다른 공유자들과 공동으로 점유·사용할 수 있고, 피고가 무단으로 지상물을 설치해 공유토지를 점유한다면 원고는 공유지분권을 행사해 민법 214조에 따른 방해배제 청구로 피고의 독점적 점유를 해소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인도 청구 없이 방해금지·배제 청구만으로 공유지분권을 행사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사촌형제 지간인 A씨와 B씨는 선대로부터 상속받은 파주시 한 토지를 다른 형제들과 공유하면서 각각 과반수 미만의 지분을 가졌다. 그러나 B씨가 협의 없이 공유토지에 소나무를 심어 독점하기 시작했고,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나무 제거와 토지 인도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A씨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이에 B씨가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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