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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신용카드’ 수수료는 누가 내나

‘시간차 접수’에 지역화폐 뒷전, 신용카드사 수수료 수익 상당

2020-05-1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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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신용카드에 우선 신청을 받으면서 수수료율이 낮은 지역화폐가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소상인의 카드사 수수료율 부담이 상당한 상황에서 신용카드사만 배불릴 수 있다는 우려다.
 
14일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신용·체크카드로 재난지원금을 신청받아 11일 1조2188억원, 12일 1조3065억원, 13일 1조3124억원의 신청액을 기록해 사흘만에 3조8377억원에 달했다. 이는 5부제로 신청한 결과로 16일부터 5부제가 풀리면 신용·체크카드 신청액은 전체 14조3000억원 가운데 10조원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재난지원금의 신청방법은 신용·체크카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안부는 재난지원금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와 선불카드 신청을, 신용·체크카드 신청 일주일 뒤인 18일부터 접수하고 있다. 행안부가 ‘동시 접수’가 아닌 ‘시간차 접수’를 택하면서 지역화폐와 선불카드는 각종 홍보와 화제도에서 뒤로 밀리고 있다.
 
아예 행안부는 다른 신청수단보다 신용카드 신청을 장려하는 모습이다. 윤종인 차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신용·체크카드에 대해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에 비해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어서 가장 편리한 방법”이라며 “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관점에서 온라인 카드 충전을 적극 활용하기를 부탁드린다”고 발언했다.
 
이대로는 재난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수령하는 인원이 대폭 줄어 당초 예상치 10%는 커녕 5% 달성도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우 소상공인 수수료가 없거나 0%대이며, 지역상권 활성화 효과가 높다. 아직 신용·체크카드에 비해 인지도나 보급률에선 따라가기 힘들다.
 
서울시는 서울사랑상품권 신청을 신용·체크카드와 동일한 11일부터 동시 접수하려다 행안부 요청으로 황급히 18일로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서울사랑상품권을 11일부터 재난지원금 접수받는다고 알렸으나, 같은날 저녁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신청 초기 시스템 과부하 방지에 따른 행안부 요청을 이유로 18일부터로 연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사랑상품권은 온라인으로 접수하기 때문에 행안부와 협의해 신용카드 개발일정에 맞춰 11일로 잡았었다. 전체 5~10%에 불과한 상황에서 지역화폐로 시스템 과부하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며 “재난지원금의 신용카드 몰아주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수수료를 부담할 소상공인으로, 서울사랑상품권을 선택해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재난지원금의 지나친 신용카드 쏠림 현상은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과 신용카드사의 수수료 수익 증대를 불러온다. 소비자가 지역 소상공인으로부터 구매해도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기준 최소 0.8%는 다시 신용카드사로 흘러가는 셈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임대료·인건비와 함께 소상공인의 삼중고로 꼽히며, 상인단체들은 10년 넘게 인하운동을 벌이고 있다. 
 
재난지원금 14조원 중 10조원 가량을 신용카드로 영세가맹점에서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800억원이 신용카드사의 새로운 수익으로 발생한다. 추경까지 벌여 마련한 정부예산의 상당금액이 신용카드사의 수익창출로 이어지는 결과다. 이는 각 신용카드사들이 열띤 고객유치전을 벌이는 주된 이유로, 금융당국이 마케팅 자제령까지 내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신용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수수료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동주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은 “고액소득자들이 재난지원금을 사회적 기부하듯이 신용카드사들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감안해 일정액을 사회적 환원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중간에 지역화폐 신청 일정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을 세워 온라인 11일, 오프라인 18일로 추진했다”며 “11일 지역화폐 신청을 추진한 것은 지자체들의 착오”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안경점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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