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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환경 때문에 아기가 '선천성 질환'…대법, 산재 첫 인정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출산했더라도 요양급여 수급권 유지"

2020-04-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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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유해한 환경에서 근무해 온 여성 근로자가 근무환경 때문에 선천성 질환을 갖고 있는 아이를 출산했다면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재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9일 제주의료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한 A씨 등 4명이 "요양급여 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판부는 "업무로 인해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여성 근로자와 태아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본성상 단일체’로 취급된다"면서 "산재보험의 발전 과정, 민사상 불법행위책임 증명의 어려움, 사업주의 무자력 등을 고려하면 산재보험으로 해결하는 것이 근로자 및 사용주 모두에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한 여성 근로자가 업무로 인해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다면 출산으로 모체와 단일체를 이루던 태아가 분리됐더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성 근로자는 출산 이후에도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해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주의료원에서 간호사로 일해 온 A씨 등은 2009년에 임신해 2010년 출산했는데, 아이들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당시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들 중 A씨 등과 같이 2009년에 임신한 사람은 모두 15명으로, 이들 중 6명만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고, A씨 등 4명의 아이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얻은 채로 태어났다. 나머지 5명은 유산했다. A씨 등은 임신 초기에 유해한 요소들에 자신들이 노출돼 태아의 심장형성에 장애가 발생했다며 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질병·장해·사망만을 의미하며 자녀는 산재보험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에 A씨 등이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 등이 과중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주야간 교대근무와 산모와 태아에게 위험한 약물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환경에서 근무한 결과 태아의 건강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출산아의 질병일 뿐 근로자인 원고들 본인의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원고들의 업무상 재해로 포섭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에 A씨 등이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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